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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 VS 여자라는 생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6 17:10

수정 2014.11.06 17:10

[책vs책]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 VS 여자라는 생물

먹고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 "지금 행복해요?" 라고 묻는다면 "Yes"는 아니지만 "No"라고도 할 수 없어 그 뻔한 얘기 "사는 게 다 그렇지요"라고 말하게 되는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상태. 가을바람에 일렁이듯 "나 이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걸까?" 마음속에 자꾸만 질문이 스멀거리는 여성이라면 주목할 만한 책 두 권이 있다. 국내에 이미 여성 공감 백배 에세이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해온 마스다 미리의 신간 '여자라는 생물'(이봄 펴냄)과 MBC FM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에서 남녀 심리에 대해 다뤘던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포북 펴냄)의 출간이 바로 그렇다.

마스다 미리의 '여자라는 생물'은 그녀의 전작인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의 확장 버전이라 할 만큼 더욱 단단해진 이야기로 꾸려져 있다.

여자라는 생물은 나이를 먹을수록 두 가지 자아와 싸우게 된다. 나이에 맞게 어른답게 굴어야 한다는 '어른'으로서의 자아와 사랑받고 예뻐보이고 싶은 '여자'로서의 자아. 여자로서의 자아를 뚜렷하게 드러내도 흠이 되지 않는 10~20대가 지나가면 "나잇값 해야지"라는 말 뒤에 '여자'로서의 자아를 조금씩 뒷전으로 숨겨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여자'로서의 자아는 기어나온다.여전히 빈말이라도 예쁘다는 칭찬은 기쁘고 나이 들었다고 '여자'가 아닌 나이든 '사람'으로 취급 받으면 불쾌한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는 이렇게 여자와 어른,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여자의 본심을 평범함 속에서 풀어내는 매력이 있다. 자칫하면 너무 심심해서 이게 무슨 재미냐고 물을 정도로 밍밍하고 사소한 에피소드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귀기울이고 신경쓰는 것들은 위인들의 명언이나 격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말 한마디가 아니던가. 우리에게 어떠한 방향을 제시해주지도, 해답을 가르쳐주지도 않지만 주변 친구와 소소하게 수다를 떠는 듯한 일상적 에피소드들이 어느덧 "맞아 이럴 때가 있었지" 하면서 책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한다.

'물고기자리 여자 전갈자리 남자'는 MBC FM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에서 소개됐던 글을 모은 책이다. 같은 일상,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남녀의 생각을 담백하게 소개했다.

"왜 대화의 행간을 읽지 못해?"라며 서운해하는 여자와 "돌려 말하는 버릇 좀 고치라"며 답답해하는 남자. "당신이 뭘 알아"란 말이 제일 싫은 여자와 "당신, 원래 이런 남자였어"란 말이 제일 싫은 남자. '사랑과 전쟁'급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막장의 고민이나 갈등은 아니지만 누구나 살면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겪을만한 일상적 에피소드 66가지를 통해 내 남자 이야기인양, 방금 전화통화한 내 친구 이야기인양 그 속사정에 빠져들게 된다.

내가 왜 이 남자와 함께 하고 내가 왜 이 여자와 함께 하고 있는가? 궁금하다면 이 책의 담백한 글들을 통해 내 모습은 과연 어떤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깊어가는 가을, 누군가는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바꾸고 새롭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지식의 소양을 추구하며 책을 읽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세계 속의 스펙터클한 이야기에 빠지기 위해서도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뒤 우리가 돌아와야 하는 것은 소소하고 드라마 없는 밋밋한 일상이다.


가끔은 아무런 목적없이 친구들과 소소한 수다를 떨듯이, 담담하게 일기를 쓰듯이, 우리의 일상을 읽어내는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 두 책을 통해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드라마는 없지만 특별함이 있는 하루, 평소와 다름 없지만 조금은 윤기있고 색채있는 일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유선 교보문고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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