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5배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미국 듀크 의대 임상연구소 파텔 교수와 지난 20년 동안 수행된 8개의 대규모 국제적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7만 명의 데이터와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듀크의대에서 모은 각 4만 명의 데이터까지 총 15만 명의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심근경색이 생긴 심장혈관 외에 다른 심장혈관에도 동맥경화로 인한 심한 협착이 동반됐으며 다른 심장혈관까지 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 심근경색 발생 후 한 달 째 조기 사망률과 1년째 장기사망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의 원인이 된 혈관 외에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있으면 급성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 조기 사망률이 4.3%에 이르렀지만 다른 혈관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조기 사망률이 1.7%에 그쳤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1년 후 장기사망률 비교에서도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있으면 7%의 사망률을 보였다. 다른 혈관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3%에 그쳐 장기사망에서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이 뛸 수 있도록 혈액을 공급하는 세 가닥의 관상동맥 중 하나가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돼 생기는 초응급질환으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세 개의 관상동맥 줄기 중 하나의 혈관에만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2개의 관상동맥에도 동맥경화로 인한 협착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급성심근경색이 생긴 관상동맥만을 치료하고 그 후에 다시 나머지 혈관들의 스텐트 치료를 할 것인가, 다른 혈관들도 모두 동시에 스텐트 시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 혈관들은 약물 치료를 할 것인가 등 치료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최선의 진단 및 치료, 예후 예측을 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었던 점에서 이번 논문의 의미가 크다"며 "향후 여러 혈관에 동시 다발적으로 병이 있는 심근경색 치료 예후를 예측하고 조기에 약물이나 스텐트 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심장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임상 저널 중 하나인 '자마(JAMA, IF=30.4)' 11월 호 심장 질환을 다루는 특집판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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