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유가 급락...에너지기업 대출 은행 '진퇴양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4:44

수정 2014.11.27 14:44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여파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미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관련기업에 돈을 대출해 준 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영국 바클레이스은행과 미국 웰스파고가 유가 폭락으로 8억5000만달러(약 9366억원)의 대출채권을 처분하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전했다.

두 은행은 올 초 미 정유회사 사빈오일앤드가스와 포레스트오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긴급단기융자(브리지론)를 제공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유가가 올 6월 이후 30%가까이 빠지면서 에너지기업 채권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사빈오일앤드가스의 회사채 거래가격은 6월에 105.25달러였으나 94.25달러까지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바클레이스와 웰스파고가 브리지론을 공동차관단이 관리하는 중장기 대출(신디케이트론)로 변경할 수도 있지만 빌려준 돈의 60%밖에 건지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UBS와 골드만삭스 역시 사모펀드 아폴로의 에너지기업 익스프레스에너지서비스 인수 때 각각 대출을 해줬지만 둘 다 대출채권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컨설팅업체 LLF어드바이저스의 마티 프리드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은행의 고수익지수에 올라와 있는 부실채권 180개 중 29%는 에너지기업이 발행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현재 1조3000억달러의 투자부적격채권(정크본드) 가운데 15.7%는 에너지 기업으로 10년 전(4.3%)보다 크게 늘었다.

증시 역시 저유가에 요동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쉐브론 주가는 각각 17%와 11%씩 떨어졌다. 원유 시추업체 시드릴은 FT 보도 당일 수익성악화로 주주배당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드릴 주가는 하루만에 18.25%나 추락했다.

환율시장에서는 재정을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울상이다. 러시아 루블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는 최근 5개월간 각각 27%, 12%씩 떨어졌고 나이지리아 나이라화가치 또한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한편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27일 열리는 166차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OPEC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원유장관은 감산 논의에 대해 "시장이 결국에는 스스로 안정을 찾는다고 믿는다"며 인위적인 공급 감소 의향이 없다고 암시했다.
이를 두고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알 마즈루이 아랍에미리트 원유장관도 나이미 장관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40센트(0.54%) 떨어진 배럴당 73.69달러에 마감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런던 상품거래소(ICE)에서 56센트(0.71%) 떨어진 배럴당 77.77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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