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8·끝)'설익은 열매' 로봇산업… 선택과 집중으로 '결실' 맺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30 17:14

수정 2014.11.30 21:58

로봇산업 11년을 돌아보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 성장세.. 2차 지능형 로봇기본계획안 민·관 5년간 2조6000억 투입 세계 1위 향해 지원 총력

[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8·끝)'설익은 열매' 로봇산업… 선택과 집중으로 '결실' 맺어야

"모든것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잘하는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한 전문가의 안타까움 섞인 지적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지정돼 지난 11년간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받아왔던 지능형 로봇산업의 성과는 아직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로봇 산업은 향후 2~3년 안에 본격 꽃을 피울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로봇산업 역시 세계시장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개발과 공급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로봇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은 만들어내던 로봇 산업 정책이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을 결합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를 정하고, 기업들이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용 로봇 시장은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정책방향을 마련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정책이 섬세하게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지원 11년… 1등전략 새로 짜야

정부가 지난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추진계획을 강조하면서 이후 2004년 지능형 로봇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이후 정부는 지능형 로봇개발과 보급촉진법을 2008년 제정하고 본격적인 지원을 벌였지만, 2013년까지 국내 생산 4조원, 수출 10억달러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게 현실이다. 이는 사업추진 10년만인 2012년에 디스플레이, 반도체, 차세대 전지 등 다수 산업분야가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로봇 업계 한 전문가는 "그간 로봇 정책은 골고루 공평하게 불만없게 진행됐던 국책연구과제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개 국책과제를 지원해 모두가 지원에만 만족하던 2등 전략으로는 선도 창의적인 성과를 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정부도 미래먹거리인 로봇산업을 위해 1등전략을 택해야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박현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로봇 PD는 "수술로봇 다빈치가 탄생하기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10년전에 시작한줄 모르고 꽃피우면 그 때 뛰어들어서는 늦는다. 장기적이고 국가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제 2차 지능형 로봇기본계획안을 통해 5년간 민·관 공동으로 2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 2조2000억원에 달하는 로봇시장을 2018년까지 7조원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비스 로봇 중심으로 시장 재편

미래 로봇산업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모델이 제품 생산 및 공급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빠른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세계 로봇시장을 보면 서비스용 로봇은 2003년에 63억4000만 달러로 14.2%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12년 464억4000만 달러로 34.8%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용 로봇에서 서비스용 로봇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17년에는 전문서비스용 로봇이, 2020년에는 개인서비스 로봇이 활황기를 맞을 것이라는게 로봇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로봇의 주류를 이루게 될 서비스용 로봇 시장에서는 로봇 서비스 사업이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가치 있는 서비스의 발굴과 혁신이 시장 지배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 로봇산업은 최근 제조업체들이 사업모델을 서비스 중심으로 변경하는 소위 '서비사이징' 유행을 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성공이 있다.

스마트폰이 생태계를 구축해 빠르게 세계 휴대폰 시장을 바꿀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열어놓고 일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유통한 덕이다. 전화기라는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활 정보의 소통이라는 서비스로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옮겨놓는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로봇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제조업용이나 고가의 전문서비스용 로봇과 달리, 가정 또는 개인에 한 대 이상 보급될 개인서비스용 로봇에서는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에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서비사이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부품산업과 생태계 구축해야

로봇 완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소재·부품 소재 적자에서 세계 5대 소재 부품강국으로 진입했다. 정부의 부품소재 특별법 제정과 연장으로 얻어진 성과다.

자동차가 86%, 스마트폰이 90%의 부품국산화율을 이루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로봇 역시 부품산업과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필요성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로봇부품은 일반 부품과는 달리 로봇에 필요한 고성능, 고기능, 고 신뢰성을 요구 받고 있기 때문에 로봇시스템에서 검증된 부품은 타 산업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현재 먹거리인 자동차·스마트폰 산업에서 부품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로봇 부품 국산화에 대한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봇 부품 지원방안 있어야

로봇부품 국산화율은 50%미만으로 국산 로봇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계에 달해 있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게 로봇업계의 설명이다.

주요 핵심부품인 센서부, 구동부, 제어부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센서부, 구동부, 제어부 등 핵심부품군의 국산화율은 각각 23%, 9%, 11%에 불과하다.

로봇의 가격 수준은 지능(소프트웨어)·동작 수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제품 경쟁력은 결국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로봇부품은 완제품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로봇부품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의 로봇부품 연구개발(R&D)지원은 로봇 부품의 중요성이 부각된 2011년 이후에도 12%대에 불과하다.

전체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 R&D지원 규모 대비 로봇 부품 지원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R&D 지원 대비 로봇 부품 지원이 2009년에는 4.4%, 2010년에는 1.9%, 2011년 1.7%, 2012년에는 0.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부품연구원 김영욱 박사는 "중규모 이상의 투자가 가능한 타산업의 규모가 큰 부품기업들이 로봇 분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절실하다"며 "아울러 타산업의 로봇 활용기업 등 수혜자 중심의 기술개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