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등 일부 국가가 규정하고 있는 배터리의 항공 화물 허용 규모가 소량이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튬 배터리는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와 하이브리드 차량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매년 25억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중 10%는 항공기로 수송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소형 상자에 담겨져 소량만 항공 화물로 실릴 수 있지만 허점이 많아 규정보다 많은 분량이 공공연하게 적재돼왔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지난 4월 항공기에서 사용되는 화물칸에 배터리 5000개를 넣고 열을 가하는 실험을 한 결과 연쇄 과열로 온도가 599℃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터리 약 300개가 과열될 때는 큰 폭발과 함께 화물칸 문이 열렸으며 수초만에 화재도 발생했다. 지난 9월 실시된 추가 실험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그동안 안전 당국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결함이 있거나 파손, 과다충전, 포장불량이나 열에 노출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여객기 화물칸의 할론 가스 분출 장치로 화재를 진화할 수 있다고 믿고 적재를 계속해왔다.
이번 실험에서는 배터리들이 폭발할 경우 화물칸내 기압이 높아지면서 할론 가스와 연기가 조종실을 포함해 기내로 유입되고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의 엔지니어 폴 로르바하는 다량의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기체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위험 지적에 ICAO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포장과 내용물 표기, 취급 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종사 노조에서도 적재 화물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0월 브라질에서 열린 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오는 2017년까지는 규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P는 산업계의 로비로 미국 정부는 유엔의 것보다 더 강화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가 나라마다 규정이 다를 경우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충전배터리협회(PRBA)는 대신 기존 규정을 강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 당국의 조사에서 리튬 배터리를 항공화물로 보내는 업체의 78%가 적재 물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으며 상당수가 파손됐거나 불량배터리도 그대로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나이티드항공는 지난 1일 앞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화물칸에 적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업체들에 통보했다고 AP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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