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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삶은 오로지 '지금'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4 16:53

수정 2014.12.04 16:53

[여의나루] 삶은 오로지 '지금'이다

곧 눈부신 눈꽃 산행의 계절이다. 심신이 바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산에서 깨달은 삶의 진리가 떠오른다. 필자가 건강을 위해 산행을 시작한 지 어언 25년, 산은 신이 나에게 내린 축복이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켜준 명의요,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안겨준 인생의 반려이며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일깨워준 스승이다. 눈 덮인 겨울에도 살아남는 연약한 산새나 다람쥐를 지켜보며 그 생명력과 생존의 지혜에 신의 존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많은 것을 쌓아놓고도 늘 부족하고 두려워하는 인간은 여기서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롱펠로의 시 '인생찬가'는 노래한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는 믿지 말라/죽은 과거는 죽은 채 버려두라/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에 행동하라/안에는 영혼이, 위에는 하나님이 있다…."

최근 떠오르는 영적 지도자이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의 저자인 에크하르트 톨레는 말한다. "무수한 생명체 너머에는 영원한 '오직 하나의 생명'이 자리한다. 그것은 저 너머에 있지만 모든 생명체 안에 깃들어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진정한 자신, 존재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집중할 때만이 진정한 존재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이 모두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기대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마음껏 존재하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 현대인은 늘 바쁘고 끊임없는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현대인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를 향한 기대로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은 일어나는 현재'에 저항하며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지 못한다. 필자는 최근까지 '현재를 살아라'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의 의미가 선뜻 마음에 닿지 않았다. 특히 필자가 젊은 나이에 암수술을 받게 된 현실이 끔찍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온갖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지옥 같은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또한 받아들인다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 수 없었다.

상당한 공부와 경험을 하고서야 그 의미를 깨달았다. 심신이 피곤해 혼자 설악산 신흥사에서 마등령으로 산행을 할 때다. 꼭 목적지에 도달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한순간 현재의 이 한 걸음이 건강에 도움이 되고 목적지로 가는 데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그 산행은 즐겁고 행복한 산행으로 바뀌었다. 단지 지금의 이 한 걸음이 가장 중요하며 목적지는 2차적이라는 것을,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살펴보자. 모든 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은 지금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삶이 되고 삶은 지금의 총합이다.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에 저항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고요하고 의식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가 되며 나의 진정한 본질에 다가간다. 그리하여 더 높은 존재의 차원에서 지혜와 힘이 나와 삶이 충만해지고 삶의 상황이 변화하게 된다. 이는 미래의 목적이나 계획 또는 과거의 경험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며 현재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있게 사느냐'다. 현재 삶이 불행하다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내면 상태를 바라보고 주의를 기울여보라. 온통 무의식적이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가득한 표층의식 아래 더 깊은 내면에 있는 진정한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높은 의식이 삶 속에 깃들기 시작한다.
그것만이 어떤 외부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신호주 PWC컨설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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