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떴다방' 등 집중단속 1326명 검거..판매금액 3199억

#. 지난 1월 경기 수원의 'H홈쇼핑' 홍보관 강당에 할머니 40여명이 몰려들었다. 냄비, 프라이팬 등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무대에 선 강사는 재미있는 말솜씨로 "이 약을 드시면 염증에도 좋고, 고혈압에도 좋고 안 좋은 데가 없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그 약은 건강식품인 프로폴리스였다. 홍보관을 운영한 전모씨(40) 등은 30만원짜리인 이 제품을 할머니들에게 130만원에 팔았다.

한 번에 돈을 지불하기 어려우면 할부로 대금을 결제하도록 하고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 채권을 캐피털업체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얼떨결에 홍보관에서 제품을 산 A씨(69·여)는 한동안 채권추심에 시달려야 했다.

#. 지난 3월 대전의 한 '○○건강' 사무실에서는 텔레마케터 30여명이 전화판매에 한창이었다. 공략 대상은 과거 건강식품을 산 적이 있던 노인들이었다. 다른 업체로부터 건강식품 구매자 개인정보 25만건을 1200만원에 샀다.

텔레마케터들은 노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은 관절염과 정력에 매우 좋다"며 홍보했다. 이들이 판매한 건강식품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함유돼 있기는 하나 정품이 아니어서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몸에 좋다'는 말에 혹해 건강식품을 산 노인들은 6000명에 육박했고, 구입금액은 50억5000만원이나 됐다.

경찰청은 올해 중점 테마로 이 같은 '어르신 대상 건강식품 떴다방'을 선정해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1∼11월 모두 285건, 132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죄질이 중한 13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홍보관에서 강사의 강연, 노래공연 등을 하면서 허위·과대광고를 하는 경우가 202건(70.9%)으로 가장 많았고, 전화통신으로 건강식품 등을 허위·과대광고하는 경우가 36건(12.6%)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무료 노래공연 등을 빙자해 어르신 등을 홍보관으로 유인한 다음 저가의 미끼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해 계속 참석토록 하면서 물품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판매 물품은 건강식품을 질병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한 경우가 80.7%에 달했고 일반식품(13%), 의료기기(4.9%) 등의 순이었다.

적발된 판매금액은 모두 3199억원으로 피해자 1인당 평균 42만원 상당의 건강식품 등을 고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이 구입한 물품의 실제 원가는 8만6000원에 그쳐 사기범들이 5배가량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건강을 미끼로 어르신들을 기만하는 '건강식품 떴다방' 등 악덕업자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