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딸도 살해하는 산후우울증, 임신 때부터 관리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7 10:10

수정 2014.12.17 10:10

최근 자신의 두 살 막내딸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하게 해 살해한 30대 주부의 살해 원인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5년 전 첫째 아들을 낳고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남편을 닮은 딸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출산한 여성들의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들의 10명 중 6명은 출산 이후 5년 내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17일 "모성사망 중 산후 출혈이나 고혈압 질환에 의한 부분은 감소하는 반면, 자살로 인한 모성사망소식은 늘어나고 있다"며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진료 단계에서부터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및 정서, 환경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은 출산을 위해 내원하는 산모를 대상으로 산전, 분만직후(퇴원 전), 분만2주후, 분만6주후로 나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 총 4차례 우울척도(CES-D), 불안척도(STAL-S,T), 에딘버러산후우울척도(EPDS)를 설문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

최근 6개월 간 출산을 위해 내원한 산모 중 검사에 동의한 산모를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한 결과, 출산 직전 유의할 정도의 우울 증상을 보인 산모가 29.4%에 달했으며, 그중 14.7%의 산모는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을 호소했다.

김 교수는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들 중 약 50%는 임신 중이나 임신 이전에 이미 우울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분만 후는 물론 임신 중에도 산모의 우울증 정도를 선별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해 산후 우울증을 예측하고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앙대병원에서는 이런 산후우울증의 체계적인 관리 및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년과가 연계해 '분만 전후 협진 상담을 통한 산모의 산후우울증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법(에딘버러 산후우울 간이검사)

1. 우스운 것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웃을 일이 없다

2. 어떤 일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이 별로 없다

3. 일이 잘못되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탓해왔다

4. 별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걱정이 된다

5. 별 이유 없이 겁먹나 공포에 휩싸인다

6. 처리할 일들이 쌓여만 있다.

7. 너무나 불안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못잔다

8. 슬프거나 비참한 느낌이 들었다

9. 너무나 불행한 기분이 들어 울었다

10. 나 자신을 해치는 생각이 들었다.


* 위의 10가지 항목 중 지난 7일 동안의 기분에 해당되는 항목에 0~3점으로 답해 합산한 결과, 9점 이상이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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