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프란치스코 교황과 캐나다의 중재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전화 회담을 가진 뒤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간첩 혐의로 쿠바 교도소에 5년째 수감 중이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와 미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쿠바 정보원 3명을 맞교환하면서 해빙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은 쿠바 혁명 뒤 미 기업들의 쿠바내 자산이 국유화된 뒤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이후 피그만 침공, 미사일 위기 등을 거치며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미국은 경제봉쇄 등을 통해 쿠바 민주화와 인권을 신장한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선언은 이같은 고립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는 "지난 50년간 (쿠바)고립정책은 작동하지 않았음을 드러났다"면서 "지금은 새롭게 접근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쿠바를 붕괴로 몰려는 시도는 미국이나 쿠바 인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식민주의와 공산주의의 유산을 이제 뒤로 물리자"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봉쇄는 낮은 단계에서부터 서서히 풀릴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쿠바에 대한 교역봉쇄(엠바고) 해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지만 대 쿠바 상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식의 관계개선은 지금 당장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양국간 전화, 인터넷 연결을 허용하고,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내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허용한도를 높이며, 여행 규제도 풀기로 했다.
또 관광객들이 쿠바 시가를 포함해 개인 용도로 100달러어치까지 담배와 술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국교 정상화 계획은 쿠바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이들이 중심이 된 쿠바계 미국인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플로리다 출신의 쿠바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국교정상화 계획을 비난하고 쿠바와의 무역·상업 개방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 지도부 역할을 하게 된다.
루비오 의원은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뢰배 체제를 달래기 위한 일련의 실패한 시도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비난과는 별개로 쿠바 외교 관계 정상화는 국제무대에서 무력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줄기를 바꾸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쿠바에 대한 정책변화만은 아니다"라며 "(북)반구 전반에 걸친 미국의 정책 이니셔티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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