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세계 수준의 명품 생태연구기관을 꿈꾸는 곳이 있다. 지난해 말 충남 서천군 마서면 송내리 일대 99만8000㎡ 부지에 건축 전체면적 5만9000㎡ 규모로 들어선 국립생태원이다.
한국 최대 생태전시관인 이곳을 책임지는 인물은 최재천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61·사진). 그는 지난해까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후학들을 가르쳤지만 잠시 분필을 놓았다.
국립생태원이 생태와 생태계에 관한 조사.연구, 전시.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큐 가든이나 스미스소니언, 뉴욕식물원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불과 1년 남짓이지만 최 원장은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 환경가이자 챔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질 뵈프 관장 등 세계 석학들이 국립생태원을 방문했고 수도권과 꽤 거리가 있음에도 관람객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립생태원을 국내여행지 8선에 올려놨다.
또 서천에 생태관광도시 협의체를 구성했고 경북 상주에서 우연히 발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순다늘보원숭이'(슬로우로리스)의 안구 수술을 해줬으며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기술지원단을 국립생태원 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초.중.고.대학생 및 공무원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교육과 우리 꽃 이야기, 북극생태 사진전, 서음청소년 오케스트라 등 자연.문화.음악이 어우러지는 이벤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최 원장의 업적 중 하나다.
"연구.전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또 오고싶은' 생태원을 만들겠다"던 취임 초기의 약속을 차례차례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최 원장이 이같이 국립생태원에 에너지를 쏟는 이유는 그의 프로필을 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최 원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전임강사, 미국 미시간대학교 조교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한국생태학회 부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 등 '자연과 생태'라는 한 길을 오롯이 걸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엔 제1기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촉위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국립생태원을 세계 최고로 만들려면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최 원장은 "올해가 조직체계 정비와 미래를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면 내년부턴 아시아 최고의 연구, 전시, 생태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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