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생상품시장은 1996년 5월 코스피200선물이 최초로 상장된 이래 당국과 시장참가자들의 지난한 노력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으나, 2011년을 기점으로 지난 3년간 침체일로의 길로 접어들었다.
저변동성 등의 영향으로 2014년 KRX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2011년 대비 45% 감소했고, KRX 파생상품거래량 순위는 세계 11위로 10계단 이상 급락하는 등,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실로 누란지위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반해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주요선진국은 파생상품시장 육성에 노력하고 있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CSI300 선물시장의 성공에 이어 CSI300 옵션시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앞으로 중국이 아시아권역 파생상품시장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소 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가 가장 잘 나타나는 산업으로 거래 수요는 유동성(거래량)이 높은 상품이 있는 곳으로 몰리게 된다. CME 그룹의 성장 과정, NYSE-Euronext의 독일거래소 인수 시도 등 그동안 꾸준히 이루어져 온 시장간 인수합병(M&A)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파생상품시장은 해당 국가 내 기업 소유권이 거래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국경을 초월하여 어디서나 수요만 있다면 유사상품의 상장 및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다. 지난 4월 CME가 런던에 CME Europe을 설립하고, 독일거래소가 싱가폴의 파생상품거래소 지분을 취득해 아시아 거래시간대로의 진출을 꾀하는 등 전 세계 파생상품거래소는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파생상품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최근 해외직구 열풍을 통해 찾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합리적인 비용에 어느 시간대에나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도 재도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시장에서 좋은 상품이란 투자자가 원하는 시간에 거래하고 싶은 만큼 거래를 할 수 있어야 좋은 상품이다. 향후 다양한 상품을 상장하되 상품별 시장조성자를 육성하고, 국내외 마케팅활동을 강화하는 등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식파생상품에 편중돼 있는 상품구조에서 벗어나 금리, 외환, 일반상품 등 다양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종합적 위험관리 시장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투자자가 원하는 해외파생상품도 상장해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한곳에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거래편의성 제고를 위해서 시장안정을 위한 가격안정화 장치, 시장참가자의 거래속도 수요 충족을 위한 체제구축 등 제반 인프라를 국제정합성에 맞도록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투자자나 해외투자자에게 낯설지 않은 거래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해외 선진거래소와의 연계전략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본다.
해외연계전략은 미국이나 유럽시간대 해외거래자의 국내 파생상품 수요 뿐만 아니라 국내거래자의 해외 파생상품의 거래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4시간 합리적인 비용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객을 생각하는 고객에서 다가가는 파생상품 거래환경을 조성한다면,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머지않아 글로벌 리더시장으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파생상품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라 확신한다.
강기원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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