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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 이승기 “순간 이승기였던 씬 찾아보세요”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0 09:24

수정 2015.01.20 09:24



“고백 통해 썸 아닌 진짜 연애를 하길..”

이승기가 드디어 스크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승기는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구가의 서’ 등의 여러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영화 ‘오늘의 연애’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타엔과의 인터뷰에서 만난 이승기는 빡빡한 인터뷰 스케줄에 병원을 다녀올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최선을 다해 인상 깊었다.

◇ 부단한 노력으로 ‘언제나 맑음’

이승기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못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승기라면 뭐든 잘해낼 것만 같다.

“남들이 나를 봤을 때는 큰 실패 없이 언제나 맑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내 속마음을 더하자면 맑음에 돌풍이 불어 너무 추웠다. 결과를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 조마조마하게 살았고, 실패 시뮬레이션 역시 많이 했다. 어떤 분으로부터 ‘넌 슬럼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라는 질문도 들었는데, 차라리 슬럼프 겪는 게 낫다 싶을 때도 있었다. 편하게 살다 슬럼프를 겪는 거니깐..”

이어 “나를 두고 기준을 무조건 높게 잡으시니 슬럼프의 힘든 느낌을 11년에 걸쳐 나눠서 받는 것 같았다.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은데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지 않나.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지금은 나에 대해 믿어주신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덧붙여 그의 삶이 결과적으로 왜 ‘언제나 맑음’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만능 엔터테이너’인 이승기가 도전하지 않은 분야가 있으니 바로 영화. 그러다 ‘오늘의 연애’를 통해 영화에도 출연하게 됐다. 출연한 드라마들로 연기에 대해 이미 호평 받은 이승기였건만, 스크린 데뷔가 늦어진 이유가 궁금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한창 활동할 때 드라마, 예능, 앨범, 콘서트에 간혹 시간 나면 해외 투어까지 소화해야 했다. 영화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예능이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는 항상 꿈꿔오던 분야이긴 하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이후 작품들에서 조금씩 진지해지는 캐릭터들을 맡아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마침 ‘오늘의 연애’가 눈에 띄어 출연하게 됐다.”



언제나 그랬듯 첫 도전인 영화조차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허삼관’은 물론, 천만 영화 ‘국제시장’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

“성적을 확인하느라 밤 12시가 되기 전 잠이 안 온다. 영화를 처음 하는데 과연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준만큼 안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긴장이 많이 됐다. 다행히도 출발이 좋아 너무 기분이 좋다. 무대인사도 처음 해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내 영화를 보러 온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볼 수 있는 거니깐 기분 좋았다.”

이승기는 선배 배우들과도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 더욱이 윤여정과의 만남이 파파라치에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늘의 연애’ 관련해서도 윤여정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이승기는 “억지로 약속을 잡아서 기분 좋으실 때 살짝 대본을 드렸다. 선생님께서 ‘얘, 이거는 20대 이야기라 가르쳐줄 게 없다’고 말하시면서도 ‘감독과 많은 소통을 해라. 영화는 감독이 주도하는 예술이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하면 좋지 않다. 현장 가서 느껴라’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 이승기 느낌의 준수, 그리고 짝 문채원

‘오늘의 연애’의 매력은 주연배우인 이승기와 문채원이 맛깔나게 살린 캐릭터와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다. 극중 이승기는 착하고 바르고 성실한 초등학교 선생님 ‘준수’로 분했다. 앞서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 언론 시사회에서 ‘준수’와의 싱크로율이 8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싱크로율 80%라는 게 성격과 행동을 닮았다기보다 초등학교 교사이고, 술 대신 콜라 마시고, 여자 마음 잘 모르는 등 이미지적인 게 비슷하다는 거였다. 준수는 한 여자를 계산 없이 그토록 사랑하는데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런 점은 어떻게 보면 판타지인데 닮고 싶다. 그럴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 하하.”

필자는 ‘오늘의 연애’에서 이승기이기에 가능한 애드리브를 캐치했다. 영화 속 ‘현우(문채원 분)’가 만취해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를 흥얼거릴 때 ‘준수’가 내뱉은 ‘엄정화 누나 부를까?’라는 대사.

맞다고 환하게 웃던 이승기는 “박진표 감독님께서 컷을 늦게 하신다. 연기 상황이 끝나도 10초 정도 두고 보시는 거다. 그 장면에서도 끝났는데 감독님께서 안 끊으시더라. 채원이 역시 현우에 계속 몰입해있는 것 같고..순간적으로 준수가 아닌 이승기가 튀어나왔던 거다. 감독님께서 그 애드리브에 ‘이런 상황에 어떻게 이런 대사가 나왔냐’라며 너무 좋아하셨다”고 회상했다.

상대배우 문채원과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 이후 5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다시 작품을 통해 만나게 돼 기뻤고, 평소 알던 사이였기에 어색할 수 있는 장면들도 눈치 볼 것 없이 자연스레 나왔단다.

“출발을 비슷한 시기에 한 친구가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잘 버티고 있을 뿐더러,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 서로 주연이 되어 만난 게 반가웠다. 영화에서는 20대가 주연을 맡는 게 흔하지 않은데 ‘오늘의 연애’에서 우리 둘이 남녀 주인공이 되니 뿌듯하기도 했다. 키스신의 경우는 촬영 들어간지 며칠 되지 않아 찍었는데, 한 번 알던 사이이다 보니 딴 거 생각할 거 없이 연기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승기가 ‘오늘의 연애’ 촬영장에서 문채원을 살뜰히 챙겨 문채원 본인도, 문채원 관계자도 정말 고마웠다고 필자에게 귀띔한 바 있다. 이 이야기에 이승기는 “현장의 꽃은 여배우지 않나. ‘오늘의 연애’가 로맨틱 코미디이다 보니 여배우가 매력적으로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배려한 건데 채원이도 그렇고, 채원이 회사에서도 오히려 고마워하시니 내가 더 감사하고 잘하게 되더라. 채원이는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여배우다. 대중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 이승기가 청춘들에게 하고픈 ‘연애조언’

만약 ‘준수’가 단순히 초등학교 선생님에 그쳤다면, 영화가 심심했을 거다. ‘준수’는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만 다 해주다가 늘 차이는 ‘답답남’이기도 하다. 18년 동안 죽마고우 ‘현우’를 짝사랑해왔지만, 다른 여자들과 연애를 하기도 한다.

“그 포인트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18년간 짝사랑해온 여자가 자신을 안 좋아하고, 흥분도 안 된다고 하는데 아무 여자도 안 만나고 그 여자만 바라보는 건 진짜 바보지 않나. 준수의 입장에서는 분명 접으려고 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가족처럼 지냈으니 반강제적으로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 와중에 예쁘고, 몸매도 좋고, 스펙도 되는 여자가 자기 좋다는데 안 넘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나. (웃음)”

이 장면 외에도 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아 스스로도 ‘오늘의 연애’에 공감이 많이 됐다던 이승기는 “현우가 준수와 키스한 후 안 떨렸다고 일부러 반대마음 말하는 거나, 준수 역시 그게 현우의 진심인지 알고 상처 받는 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준수가 못마시는 술을 마시고 현우를 찾아가 잘해보려고 했던 의도와 달리 진상을 부리는 장면 역시 그랬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연애’에서의 ‘준수’와 ‘현우’처럼 ‘썸’만 타고 있는 오늘의 남녀에게 이승기가 직접 조언하기도 했다.

“Something에서 나온 썸은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것 같다. 사랑을 뭔가 애매모호하게 하면, 진짜 사랑도 그냥 뭔가가 되지 않을까. 연인들이 하는 영역에 가고 싶다면 썸보다는 진지하게, 유쾌하게 고백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너무 무겁지 않은 고백을 해도 좋고, 차여도 좋으니 고백해보라고..그러면 설령 차인다고 해도 제2안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뒤늦게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

이승기가 강조했듯 ‘썸’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오늘의 연애’에 대해서는 “아주 깊이 있고 여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웃으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고 사랑의 메시지도 있는 영화다. 영화가 다양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연애’가 잘 되서 외국처럼 로맨틱 코미디 시장이 커지면 좋겠다. 지난해 웃을 일 없고 힘들었던 분들 모두 ‘오늘의 연애’를 통해 새해에는 웃으면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승기는 “2014년 1년 동안 연기생활만 해서 노래를 부를 시간이 없었다.
지금 녹음하고 있다. 3월 정도 신곡을 선보일 수 있을 듯하다”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희소식을 전했다.


한편 ‘오늘의 연애’는 썸 타느라 사랑이 어려워진 오늘날의 남녀를 공감 가고 유쾌하게 그린 박진표 감독의 클래스가 다른 로맨스로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이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image@starnnews.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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