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마을버스 기사입니다 제발 읽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후반 마을버스 기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장애인 인권을 다루는 사회복지연대에서도 근무하다가 생활고에 밀려 마을버스로 내몰린 청년이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인 글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마을버스기사는 일당제"라며 "격일제로 운전시간 18시간에 차량정비·청소 등으로 19시간 가량을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근무 후 하루 일당은 10만원이다. 시간대로 나누어 봤을때 최소 임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시간을 촘촘히 짜 놓은 이유는 회사의 이윤을 위해서다. 잦은 신호가 있는 마을을 다니는 마을버스가 시간을 지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호를 무시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입장을 따라 시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시간을 늦는 기사는 돈을 제대로 못버는 기사이고 이런 기사는 제명 순위 1위가 된다"고 말했다.
1시간 10분 운전 후 10분 쉬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회사의 암묵적인 압박이 있다며 회사는 GPS상에 찍히는 종점에 딱 도착하는 시간을 쉬는 시간 시작으로 보지만 기사는 종점에서 손님을 내리고 차를 돌리고 나면 10분을 지키기 어렵고 또 교통상황에 따라 바로 돌아 나가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전했다.
식사시간 역시 원래 20분이지만 실제로는 13분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종점에 손님이 대기하고 계시기 때문에 적어도 3분은 일찍 나가야 정시각 출발할수 있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 도시락 랩을뜯는 시간조차 애가 탈정도로 식사시간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에도 버스기사는 분노의 대상이다. 회사에서는 당장이라도 버려도 되는 폐품인 것처럼 대우하고 승객분들은 약속을 지키지도 안전을 지키지도 않는 무례한이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승객분들의 불편과 불만은 버스기사에게가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와 그를 지원하지 못하는 사회에 분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회사에 말하고 싶은 말은 돈보다 사람 아닙니까? 눈을 마주하는 직원이 사람임을 아신다면 이런 인권 유린을 그만두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안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준 용기가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열악한 상황일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루 빨리 근무조건과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