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최고의 지상 교통수단은 단연 고속철도다. 고속철도의 탄생은 속도면에서 항공기를 앞세운 하늘길에 맞서 지상 교통혁명을 몰고왔다. 1964년 개통된 일본의 신칸센이 효시다. 약 20년 뒤인 1981년에 프랑스의 TGV와 이탈리아의 ETR, 1988년에는 독일의 ICE가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경부선 서울∼대구 구간에 우선 개통된 뒤 지금은 부산까지 전용노선에서 고속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고속철도는 열차가 시속 200㎞이상으로 달리도록 건설된 철도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시속 300∼350㎞로 달리고 있다. 속도에서 헬기(시속 250∼300㎞)를 능가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중국에선 시속 605㎞로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가 개발됐다.이런 추세라면 시속 800∼1000㎞인 여객기와 속도경쟁을 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서울∼광주를 93분 만에 오갈 수 있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3월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열차의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덜컹거리고 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지난 6일 호남고속열차를 하루 82편 운행하되 20%인 18편을 서대전역을 거쳐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새 노선(오송∼광주) 건설로 소외되는 기존 서대전역 이용객의 불편을 덜고 운영수입도 높이자는 게 국토부와 코레일 측의 계산이다.
당장 호남권에서 발끈하고 여기에 대전권에서 맞불을 놓으면서 지역갈등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호남권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운행거리가 29㎞ 늘어나고 운행시간은 45분 늘어 저속철로 전락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권은 서대전역 이용객이 연간 180만명에 달한다며 시민 편의를 위해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날 선 공방을 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경부선 KTX의 운영방식도 문제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부선은 코레일의 영업전략에 따라 서울∼부산을 무정차로 운영하거나 주요역만 정차 또는 주요역과 중간역을 섞어서 정차하고 이에 맞춰 요금도 차등 적용한다. 서대전역 경유 논란이 소모적인 갈등이라는 얘기다. KTX는 국민 이용편의를 최우선으로 삼는 게 옳다. 효율성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건설에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었고 코레일은 부채가 17조원에 달한다. 서대전역은 호남선KTX 운영수입 비중이 크다. 코레일에 맡겨 영업전략 차원에서 풀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바로가든, 돌아가든 이용객들에게 충분한 편의와 선택권을 주면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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