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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7 16:34

수정 2015.01.27 16:34

[fn스트리트]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폴란드 남부 비엘스코주의 크라쿠프에서 약 60㎞ 떨어진 아우슈비츠 외곽에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된 강제수용소가 있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저지른 가장 잔혹한 '인간도살장'의 뼈아픈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수용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 생지옥이 있을까 눈을 의심하게 된다. 학살한 시체를 태웠던 소각로, 카펫을 짜기 위해 모아둔 희생자들의 머리카락, 유대인을 실어 나른 철로, 고문실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1940년 나치의 친위대 총사령관인 하인리히 힘러는 이곳에 붉은 벽돌의 단층건물로 강제수용소를 세웠다. 처음에는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아돌프 히틀러가 대량학살시설로 만들었다. 히틀러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약 3년간 유럽 전역에서 희생된 유대인 600만명 중 최소 100만명을 단지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처참하게 살해했다.
학살에는 총살과 가스실, 고문은 물론 심지어 인체실험까지 동원됐다. 그것도 모자라 희생자의 머리카락으로 카펫을 짜고 뼈는 갈아서 비료로 쓰기도 했으니 이런 생지옥은 없었다. 당시의 참상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1994년에 만든 영화 '쉰들러리스트'에 잘 묘사돼 있다. 유네스코는 1979년에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 인간 말살의 현장인 아우슈비츠가 27일로 해방 70주년을 맞았다. 전범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독일은 수백만 (유대인)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우슈비츠는 항상 인간성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고 진심 어린 반성의 말을 전했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반성은 1970년 당시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에 무릎을 꿇은 데서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슷한 제국주의 침략 만행을 저지른 일본의 안하무인식 과거사 대응과는 180도로 대비된다. 지난 25일 일본 아베 총리는 종전 7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발표할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의 문구를 넣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륜말살 행위에 대한 참회는커녕 이전 정권 수준의 반성마저도 거부하겠다는 의도다. 과거사 역주행으로 외줄타기하고 있는 일본 총리의 이런 뻔뻔스러움에 대해 우리 국민은 차치하더라도 메르켈과 독일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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