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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멈춘다면] (中) 獨, 재생에너지 전환 더디고 유럽서 전기요금 두번째로 비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7 17:28

수정 2015.01.27 22:13

<中> 원전 대국 독일,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원전이 멈춘다면] (中) 獨, 재생에너지 전환 더디고 유럽서 전기요금 두번째로 비싸


독일의 '원자력 제로(0)' 정책은 사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이자 국론이다. 1970년대 중반 반원전 여론이 형성된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연료 0%, 재생에너지 100%'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정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독일의 원전 제로 정책을 더욱 앞당겼고, 2022년까지 원전 모두를 폐쇄하기로 한 기폭제가 됐다. 이 같은 선택은 독일 정부의 딜레마를 초래했다. 원전 가동 정지는 전기요금 인상을 불렀고, 이에 대한 가계 부담과 기업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원전 대신 화력발전 비중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연료인 석탄(갈탄)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중지 선언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메르켈 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노후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독일엔 원전 9기가 가동 중이다. 올해 그라펜하인펠트 원전을 비롯해 2017년 군드레밍엔B, 2019년 필립스부르크2, 2021년 그론데.군드레밍엔C.브로크도르프, 2022년 이자르2, 엠슬란트, 네카르베스트하임2 원전을 차례로 멈추게 할 계획이다.

독일은 1962년 이래 원전을 최대 37기까지 가동했던 원전 대국이었다. 하지만 1986년 구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독일 내 원전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반원전 환경운동은 탄력을 받았다. 이후 녹색당이 중도좌파 사민당 주도의 연정에 합류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에서 처음으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이후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정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경제적 충격 등을 이유로 2010년 10월 원전가동 시한을 2034년까지 12년이나 연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봄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독일 내 녹색.사민당의 원안대로 환원하게 만들었다.

■온실가스 증가·신재생에너지 불안정성 고민

이처럼 원전 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 정부이지만 최근에는 이로 인한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원전가동 중지로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난 것. 외신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감소세를 보이던 독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2억9200만t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2013년에는 3억1800만t까지 늘었다. 201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갈탄 발전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갈탄은 유연탄의 일종으로 탄소함유량이 낮지만 발열량이 크고 값이 싸 독일과 폴란드, 체코공화국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발전소들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다. 독일의 갈탄 발전량은 지난해 1620억㎾h로 1990년 1710억㎾h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도 고민거리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수력, 석탄, 천연가스 및 원자력 등의 발전설비가 85~90% 공급설비능력을 보이는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은 자신의 발전설비용량 가운데 30%가량의 공급능력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총 8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재생에너지의 주 생산지인 북부와 동부에서 산업이 집중해 있는 남부로 공급되는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건설비 부담과 함께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소비자·中企 부담

전기요금 인상 역시 독일 정부에는 고민거리다. 독일 전기요금 상승 주범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in Tariff)다. FIT는 전기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 간 차이를 메워주는 제도다. 독일은 정부 보조가 아니라 최종 전력 소비자인 국민이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FIT 면제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가정과 중소규모 기업은 지난해 ㎾h당 6.24유로센트(약 830원)의 분담금을 물었다.

예를 들어 4000㎾h/a의 평균 전기소비를 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1998년 140유로/㎿h에서 2013년 280유로/㎿h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에 독일은 덴마크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전기요금이 비싼 나라가 됐다. 산업용 전기 요금 역시 2000년에서 2013년 사이 60유로/㎿h에서 140유로/㎿h로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국제경쟁력 유지를 목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경우 계속 증가하는 FIT의 일부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런 관행은 EU 내부 시장규정에 분명히 위배되기 때문에 최근 유럽위원회는 독일에 대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강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상당히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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