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사회적 파장 커.. 법원 '신중에 신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3 17:30

수정 2015.02.03 17:30

'땅콩회항' 조현아 결심공판.. 새벽까지 11시간 열린 배경은
충분한 변론 기회줘 승복률 높이려 월말 예정된 정기인사도 영향준 듯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결심공판이 3일 새벽 1시까지 11시간 가량 열리면서 재판이 장시간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원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다 재판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변론기회를 줘 재판의 승복률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마지막 공판을 진행했다.

■집중심리·공판중심주의 영향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집중심리제'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집중심리제란 다른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심리하기 위해 공판 심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거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건에 적용된다. 특히 전날 결심공판에서는 검찰, 피고인 모두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부여하는 등 '공판중심주의(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법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으로 사건 실체를 심판하는 원칙)'를 실현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과거 재판은 판사가 검사가 제출한 각종 서류를 미리 검토해 선입견을 가진 상태로 공판에 임한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개혁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미국의 법정영화처럼 피고인과 검찰 간 장시간에 걸쳐 치열한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다.


국내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과거 법원은 '하고 싶은 말은 서면으로 내라'고 한 뒤 이를 검토해 '이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재판 진행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면서 지금은 많은 재판부가 '듣겠다'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3차 공판은 2011년 1월 새벽 2시30분까지 장장 1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재판이 오전 4시까지 약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모두 집중심리와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결과였다.

■"재판의 맥 끊지 않으려면 불가피"

일각에서는 장시간 재판에 따른 피로도 증가로 심리가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법원 측은 되레 재판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도중 원할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재판부 직권으로 다음 기일 때 나머지 심리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을 미룸으로써 심리의 흐름이 깨질 때가 많아 결론을 내릴 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조씨의 결심공판이 밤 늦게까지 진행된 데에는 이달 말로 예정된 법관 정기인사와 부족한 법정 탓도 있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정기인사에 담당 재판부 판사들이 인사대상에 포함돼 있어 신속한 심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여기에 대법정(방청석 200석)이 마련된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하고는 서부지법은 다른 지방법원과 마찬가지로 80석 규모의 중법정(3곳)이 가장 큰 법정이어서 다른 재판부의 심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재판에 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법원 관계자는 "정기인사와 설 명절이 끼어 있는 달인 만큼 심리가 지연돼 다른 재판부에 사건을 넘길 경우 재판은 불필요하게 장기화될 수 있다"며 "집중심리를 통해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여러 사정도 복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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