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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갈매기'의 시민혁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4 17:01

수정 2015.02.04 17:01

팬들 롯데 구단에 실망.. 시민야구단 설립 추진
롯데서 매각하지 않는한 시민구단 탄생은 불가능

부산 야구팬들이 6일 공청회를 갖고 롯데 자이언츠의 시민구단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부산 야구팬들이 6일 공청회를 갖고 롯데 자이언츠의 시민구단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부산에서 역성(易姓)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야구팬들이 지역 연고 야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를 시민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 역성혁명이 성공을 거두면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자이언츠로 개명된다.

부산 자이언츠 협동조합 설립 추진기획단은 6일 오후 3시 부산 YMCA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갖고 부산 시민과 야구팬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기획단은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시민구단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축구천재 메시와 네이마르 등이 속한 FC 바르셀로나는 19만 명의 조합원이 매년 177유로(약 22만원)를 기부해 운영하고 있다. 기획단은 3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해 이들로부터 30만원씩 출자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총 900억원을 모금한 후 일부는 구단 매입 자금으로, 나머지는 운영을 위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부산 야구팬들의 역성혁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무엇보다 롯데가 야구단을 매각할 리 없다. 구단을 매각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매각 또는 해체를 결정하지 않는 한 시민구단의 탄생은 불가능하다. 설사 시민구단으로 바뀐다 해도 엄청난 적자를 감당해낼 방안을 찾기 어렵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매년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된다. 이는 고스란히 모그룹에서 떠안는다.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유지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 있다. 국내 프로축구의 6개 시민 구단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천, 대구, 안양 등 6개 시민구단은 모두 지자체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유일한 프로야구 시민구단인 일본의 히로시마 카프도 재정 위기 끝에 기업에 구단 운영권을 넘겨줬다. 히로시마는 원자폭탄의 상흔에서 벗어나 밝고 활기찬 도시를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1949년 시민구단으로 창단됐다.

히로시마는 창단 내내 하위권을 맴돌았고 줄곧 해체 위기 일보직전의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술통 모금을 하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다 결국 19년 만에 도요공업에 운영권을 넘겼다. 이후 명목상 시민구단으로 남아 있다. 이름도 히로시마 도요 카프로 바꿨다. 그런 다음에야 만년 꼴찌 팀의 불명예를 씻고 1969년 처음으로 리그 3위를 차지했다.

유럽 축구의 시민구단들은 회비를 내는 스포츠클럽 회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100년 이상의 역사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스폰서를 받아 구단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쌓아 왔다. 보기엔 화려하지만 그들도 수많은 위기를 겪어 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처럼 재정 악화로 리그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부산 야구팬들의 실망은 이해된다.
번번이 좋은 선수를 놓치고, 22년째 우승은 감감 무소식인데다 툭하면 CCTV 사찰 파문 같은 실망을 안겨주니 오죽하겠나. 롯데 구단도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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