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철)는 깡통주택을 이용해 금융기관의 대출금과 서민들의 소액임차보증금을 가로챈 부동산 사기단 71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깡통주택은 이미 시세에 대응하는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어 더 이상 담보가치가 없는 주택을 일컫는다.
인천지역은 아시안게임 유치 등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어 대출을 끼고 구입한 소형 다세대주택의 가격이 부동산 경기악화로 떨어지면서 깡통주택이 속출했다.
■인천지역 만연한 불법 부동산 중개 적발
부동산사기단은 노숙인 등을 바지(매수명의인)로 내세워 깡통주택을 매입한 후 허위의 업(UP) 계약서 및 위조된 재직증명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실제 담보가치를 넘어서는 과도한 대출을 받아 챙겼다. 대출은 주로 인천지역 사정에 어두운 전남 영광, 고창 등 지방 소재 금융기관이 이용됐다.
임차인에게는 소액 전세보증금을 받아 챙기고 고의로 이자를 연체해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겼다.
이들의 범행에는 바지 모집, 깡통주택 물색, 계약서 작성, 대출 의뢰, 임차인 모집 역할 등 공범들간 치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합법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계약을 맡기거나 법무사의 명의를 빌려서 등기·대출 등을 실시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법무사는 경기침체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한 업자를 끌어들였다.
대출 브로커는 신용정보회사 직원 및 금융기관 대출 직원과 공모해 실제보다 높은 시가 확인서, 대출 절차 일부생략 등의 방법으로 사기대출을 받았다.
또 임차인에게는 "임대인이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만약의 경우 소액보증금(당시 2200만원)은 우선변제권의 대상이나 안심하라"며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을 미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소액임차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주택이 경매되더라도 우선변제권에 의해 보호받지만 이미 다액의 근저당이 설정되고 경매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체결한 전세계약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돼 보호받지 못한다.
■깡통주택 관련 분쟁 급증
그 결과 인천지역에는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실시된 경매사건과 깡통주택을 소액보증금으로 빌린 임차인들의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을 주장하는 배당이의 사건이 2012년 420건에서 2013년 550건으로 1년새 130건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담보대출로 주택을 15채나 보유한 상황에서 시세 하락으로 대출이자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일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깡통주택을 이용해 각종 범행을 저지르는 중개인들과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서민들이 발생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부동산사기단의 브로커 정모씨(47) 등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8회에 걸쳐 바지 명의로 구입한 인천 소재 깡통주택(빌라)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 4억4500만원을 챙겼으며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8000만원을 챙겼다.
금융기관 직원은 대출 편의를 제공하고 16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 수수, 내부감사에 의해 적발되자 징계 변상금 1590만원의 대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브로커는 2012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9회에 걸쳐 깡통주택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총 2억45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들 중 9명을 구속기소하고, 53명을 불구속 기소, 9명을 기소중지했다.
이 사건 이전에 손해를 본 임차인들이 임대인들을 고소한 사건들이 있었으나 '근저당권 및 대출내역을 확인했다'는 전세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인해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은 심층적 수사를 통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의 전모를 밝혀 각 단계별 주요 피의자를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깡통주택 비리의 큰손인 일명 '김부장'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검찰은 깡통주택을 이용한 각종 범죄행위가 인천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고 보고 지역 부동산중개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aps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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