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②) 틀 안에 박힌 정치.. 틀 밖에 있는 민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0 17:23

수정 2015.02.10 17:23

1부. '정치 혐오증' 트라우마를 깨라 <2> 정치권 프레임 전쟁
여야, 선거때마다 국정 주도권 잡기 위해 각각의 프레임 만들어 끝없는 치킨게임… 요즘은 '세금폭탄'으로 소모적 논쟁…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②) 틀 안에 박힌 정치.. 틀 밖에 있는 민생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3년째 주제를 바꿔가며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첫해인 2013년은 민주당이 제기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새누리당이 맞받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진실공방이 정면 충돌했다. 이른바 '부정선거'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이 한판 승부를 벌였지만 그해 여야 모두에 소득은 없었다. 여야가 국정 주도권 경쟁을 위해 프레임을 악용한 의제 설정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끝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동안 민생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가적 재앙인 세월호 참사가 결국 여야의 선거전에 이용됐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승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론'으로 프레임을 몰고 가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를 '야당의 선거 활용'이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처럼 무모한 여야 간 프레임 논쟁 탓에 세월호특별법 처리 과정은 여당과 야당, 세월호 유가족의 의견차로 몇 달 동안 공전을 거듭했고 참사 199일째가 돼서야 세월호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겨우 넘었다.

세월호 정국을 마무리짓고 한숨 돌린 정치권은 연말 청와대 문건 유출에서 출발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연초에는 '연말정산 파동'을 겪다가 이제 '증세와 복지' 프레임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내년 총선 승리를 겨냥해 정공법을 통한 해법은 뒷전에 둔 채 선거용 프레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쟁용 도구로 단골메뉴처럼 활용되는 프레임 논쟁에서 벗어나 생산적 논의를 하는 정치문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②) 틀 안에 박힌 정치.. 틀 밖에 있는 민생

■대선개입·NLL 블랙홀에 빠진 2013년

2013년 6월 24일 국가정보원은 2급 비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대대적으로 요구하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전문 공개를 요구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결정 이후 여름 정국은 순식간에 'NLL 진실공방'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파상공세를 벌였고, 친노계(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쳤다.

프레임 전쟁에 깊게 발을 들인 여야는 온건파 지도부가 준비한 출구전략을 사용할 타이밍을 놓치고, 대통령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에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며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까지 열었다.

하지만 정작 대화록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되자 'NLL 진실공방' 프레임은 폐기됐다. 대화록 관리소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을 '사초(史草) 실종 게이트', 민주당은 '국가기록원 게이트'로 각각 명명하고 전 정부 인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벌이며 끝까지 내달렸다. 여야는 꼬박 한 달을 NLL·대화록 정국에서 머물다 냉담해진 여론을 목도한 뒤에야 NLL 정쟁 중단과 영구종식 선언을 제안하면서 프레임 전쟁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사이 개점휴업된 6월 임시국회에서 계류된 대표적인 법이 그해 말 정국에서 뇌관으로 부상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이었다. 당시 산업위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에 외촉법을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논의했다면 연말에 그 고생을 하면서 통과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해 10월 프레임 전쟁은 재개됐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범위가 댓글에서 트위터로 확산되고,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도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프레임을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의혹'으로 확장했고 다급한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맞선 것이다. 여야는 '강대 강' 대치는 한 달 넘게 이어진 끝에 12월 4일 여야 지도부의 '4자회담'으로 겨우 풀렸다.

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신설에 동의하고 야당은 특검 도입을 계속 논의한다는 합의로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는 게 당시 정가의 냉정한 평가였다. 여야는 그때부터 벼락치기로 2014년 정부예산안을 심의했고, 민생·경제입법과 새해예산안을 1월 1일에야 무더기로 통과시키며 국민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에도 달라지지 않은 국회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는 여느 선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확성기와 유세차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같은 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한목소리로 '조용한 선거'를 다짐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자 정치권은 어느새 정권심판론과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을 꺼내들고 선거를 치렀다.

6·4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8대 9. 민심은 여야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이를 민심이 정치권 전체에 대해 '경고'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두 달 뒤 열린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총 15석 중 4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파동도 참패 원인으로 꼽혔지만 선거 프레임으로 '세월호 정권심판론'을 재탕한 것 또한 실책으로 지목됐다. 반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전 이길 수 있었던 대다수 선거에서 졌다는 내부 평가를 반영, 선거 프레임을 '지역일꾼론'으로 설정해 '압승'을 맛봤다.

하지만 문제는 선거 이후 세월호 참사의 후속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 있었다.

선거에서 대승한 새누리당이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안 협상에서 '강공'으로 기류를 전환한 반면 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당 내홍이 일기 시작하면서 이미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여야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8월 7일에 세월호특별법 1차 합의, 8월 18일에 2차 합의를 했으나 세월호 국조특위의 파행을 직접 목격하며 정치권에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유가족은 두 번의 합의를 모두 '보이콧'했다.

세월호 정국이 여야의 정치력 부재 속에 장기화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여야와 유가족은 9월 30일에 여야가 합의한 4인의 특검 후보군을 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는 내용으로 타결을 이뤘다. 그날 4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본회의에 계류된 비쟁점·민생법안 91건이 여야 간 프레임 논쟁에 볼모로 잡혔다가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정치권 생산적 논쟁 확산돼야

선거가 정치의 생명을 좌우하는 정치판에서 프레임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정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인 정치인은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프레임을 걸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다.

정책 이슈를 선점하거나 대응할 때 역시 초기 프레임 설정에서 승부가 갈린다.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의혹을 모아 네이밍한 '사자방'이나 연말정산 파동에서 새정치연합은 '서민증세', 새누리당은 '부자증세'를 각각 프레임으로 설정해 대응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자방이란 네이밍을 통해 사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라는 별개 이슈를 그나마 끌고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가에서도 소모적인 정쟁은 지양하고 생산적 논쟁이 확산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불복과 대선개입은 이미 선거가 끝나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싸움으로 소모적인 정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야 간에 정치력을 발휘해 철도민영화 논란 속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소위에서 철도산업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던 사례가 프레임 전쟁이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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