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수뇌부와의 회동 이후 진행된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브리핑에서 비롯됐다.
원 의장은 박 대통령이 전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증세문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재정이 어려우니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며 '선(先) 경제활성화-후(後) 세금논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씀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걸 소개한다"고 밝혔다. 원 의장은 거듭 확인을 요청하는 질문에 "네"라고 재확인했다. 경제활성화를 통해 얻어진 다양한 혜택을 복지분야에 투입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추가로 곁들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치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서 한 발 후퇴해 향후 적정한 시점에 증세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이 증세론 기사를 다루면서 재생산을 무한반복했던 '증세없는 복지' 공약 표현에 대해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이날 여당 수뇌부와의 긴급 회동에서 '생뚱맞게'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을 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또한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경제활성화 논의를 외면한 채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증세 논의를 "국민 배신행위"로 규정하면서 작심하듯 직격탄을 날린지 하룻만에 "증세없는 복지를 말한 적이 없다"는 말로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할 빌미를 제공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논란이 확산되자 회동에 동석했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즉각 "내가 들은 바로는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적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초 원 의장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바로 잡았다. 언뜻보면 단순 해프닝같지만, 국정수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금과옥조'같은 워딩을 놓고 한 편에서 "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들은 적이 없다"는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원 의장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100% 그대로 온전하게 옮긴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해석한 '유권해석 발언'을 전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을 협의하는 데 있어 여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위의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옮겼다는 해명에 다소 의문을 제기한다. 이 경우 원 의장은 당청 관계 복원을 위해 새해 처음으로 마련된 대통령과 수뇌부 회동 결과를 놓고 오히려 '소통 부재'를 초래하는 불충을 저질렀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증세론이 청와대와 여당간 엇박자를 야기시킨 '민감성' 주제임을 너무 잘 아는 원 의장의 '단순 전달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평소 언행에 신중하기로 소문난 원 의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도 실수로 규정짓기에는 좀 찜찜하다는 의견도 있다.
원 의장 입장에선 '증세없는 복지'를 둘러싸고 정치권 등에서 극심한 논란이 촉발되자 이를 추스르기 위해 '증세없는 복지를 말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는 지 모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을 그대로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의장이 거듭된 확인 요청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한 것도 대통령 워딩의 단순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오히려 충실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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