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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다, 가족.. 가족이야기 담은 명품 연극 3편, 다시 무대 오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6 17:30

수정 2015.02.16 17:30

유리동물원, 한태숙·김성녀 만남으로 떠들썩했던 작품.. 앙코르 요청에 재공연
경숙이, 경숙 아버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슬픈 가족 이야기.. 5년만에 무대 올라
3월의 눈, 신구·손숙 콤비의 백성희·장민호를 위한 헌정작.. 매회 전석 매진행진

연극 '유리동물원', '3월의 눈', '경숙이, 경숙아버지'(위부터 시계방향)
연극 '유리동물원', '3월의 눈', '경숙이, 경숙아버지'(위부터 시계방향)

미워도 내 부모, 내 자식, 내 사람, 하게 되는 가족.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갈등과 화해, 인생을 말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수작들이 몰려온다. 오는 26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 레퍼토리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유리동물원', 3월 6일부터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1주년 기념공연으로 돌아온 '경숙이, 경숙 아버지', 같은 달 13일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3월의 눈'이다.

'유리동물원'은 미국 극작가 테네시 월리엄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지난해 동갑내기 한태숙 연출과 배우 김성녀의 만남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이 호평을 받으며 평균 객석점유율 97%를 기록했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 쇄도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배경은 1930년대 미국 경제대공황 시기. 세인트루이스 뒷골목의 한 아파트에서 격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실감, 좌절감에 빠져 사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 집의 아들인 톰의 회상으로 그린다.

과거의 향수에 집착하는 어머니, 어릴 적 병으로 다리를 절게 되면서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누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톰은 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의 구두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테네시 윌리엄스 자신의 분신이다.
고성이 오고가는 날선 말싸움 속에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 애정이 묻어난다. 라이브로 듣는 첼로 연주는 초라해 보이지만 낭만이 있는 뒷골목의 서정성을 극대화 하는가 하면 각 캐릭터의 감정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효과적인 장치다. 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심원준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뭉쳤다.

5년만에 돌아온 '경숙이, 경숙 아버지'도 극단 골목길의 대표배우들이 초연 때 역할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경숙 아베 역의 김영필, 경숙 어메 역의 고수희, 경숙 역의 주인영 등이다. 고수희와 주인영은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작품은 그해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을 휩쓸었다. 2007년 재공연 때는 평균 객석점유율 110%를 기록하며 문전성시를 이룬 명실공히 명품 흥행 연극이다. 연극의 인기에 힘입어 2009년에는 KBS 2TV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됐고 2010년에는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인 '명품연극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도 공연됐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를 배경으로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아버지, 어머니, 딸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다. 영화 '국제시장', TV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등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인기를 얻는 '아버지 코드'의 연장선이지만 경숙 아베는 허를 찌른다.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에 나선다. 남편에게 버림받고도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경숙 어메,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그리워 하는 경숙이를 통해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애틋한 가족애를 느낀다. 슬픈 가족사가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맛깔나는 사투리, 황당한 상황의 연출은 관객을 울리며 웃긴다.

'3월의 눈'은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한국 연극의 중추 역할을 한 원로배우 백성희(90)와 장민호(1924~2012)를 위한 헌정작으로 2011년 초연했다. 재개발 열풍으로 곧 철거될 한옥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담담하게 하루를 사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의 이야기다. 자극적인 내용이나 극적 반전은 없지만 무대 위 배우의 존재만으로 묵직한 감동을 준다. 2013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처음 부부로 만났던 신구와 손숙이 함께한다.


수십 년의 연기 인생을 살아온 배우들의 내밀한 대화와 진솔한 고백이 무대 위에 오롯이 옮겨진다. 신구는 "장오가 살아온 세월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세월을 미루어 알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한다"며 "무대에서 내가 완전히 그 인생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는 매번 할 때마다 어렵고 그게 또 재미고 내 숙제다"라고 말했다.
배우의 인생이 그대로 묻어나는 연기만큼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구성도 독특하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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