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간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에 나타난 북한의 대남 호칭은 무려 33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 신년사에서 남한에 대해 가장 우호적 호칭을 사용했던 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였다.
한국정치학회는 지난달 27일 한양대학교에서 개최한 특별학술회의 '정치학연구방법론'에서 서울대 박종희 교수 등은 지난 1946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의 신년사 69년치를 자동화된 텍스트 분석 (automated text analysis) 기법을 활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북한 신년사에 사용된 대남 호칭은 대부분 괴뢰통치배, 군사깡패, 군사파쇼독재, 남조선호전광, 괴뢰도당과 같은 부정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호전되었을 때는 남조선당국이나 집권세력, 남조선 보수당국 등 비교적 중립적 호칭도 사용됐다.'당국' 등 비교적 우호적 호칭이 사용된 시점은 1961년, 4.19혁명으로 등장한 민주당 정권 시절과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해소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등으로 분석됐다.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호칭은 2012년부터 다시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해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보수집권세력'으로, 박근혜정부를 '호전광'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박 교수 등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기법을 통해 이 밖에도 한국 전쟁으로부터 김일성 통치기, 푸에블로호 사건, 핵문제의 발발과 전개 등을 거쳐 김정은 집권 시기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대내외 정세 변화가 신년사에서 사용된 단어들의 빈도와 문맥 변화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박 교수는 "북한 전문가들이 주로 신년사를 통해 북한 지도부의 '마음'을 읽어왔다면 이번의 분석 기법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관적 해석의 오류를 줄이고 사용어휘의 종류와 빈도 등을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 등을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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