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말연초에 집중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술, 담배, 성 등 이른바 '죄악주'가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법 개정에 따른 수혜 등 강세 이유도 다양하다. 다만 기업가치 보다는 특정 이벤트에 따라 강세를 보이는 종목의 경우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주식시장에서 무학은 전날보다 0.57% 오른 4만4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초 이후 2개월여만에 6450원이 상승한 것이다.
무학의 주가 상승은 지난해 호실적 및 수도권 등으로의 사업다각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무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4억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올해에는 지역 소주시장 장악력이 견고해지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매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지적이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시장 진출을 위한 판촉활동을 가오하하고 있다"며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올해 수도권 시장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담배 관련주인 KT&G는 지난 27일 전날과 동일한 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초 주식시장에서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KT&G의 경우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상했다. 주요 애널리스트들도 당분간 KT&G가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이 덜 된 외국 담배에 밀려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KT&G 주가는 연초(7만8200원)보다 오히려 1800원 올랐다.
가장 이색적인 종목은 콘돔 제조업체인 유니더스다. 이달 중순까지도 연초(2365원)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던 유니더스는 지난 26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27일에도 3.21% 오르며 3220원을 기록했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수혜주로 부각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만 죄악주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별다른 이슈가 없는 죄악주 투자를 대체하는 업종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죄악주로 불리는 기업들은 보통 연말 연초 송년회·신년회 등 특수한 시기에 실적이 급등했다가 점차 주가가 조정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최근의 주가 상승세가 이례적이지만 뚜렷한 투자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을 이끌어갈 트렌드 종목이나 업종이 부각되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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