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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트리트] 전별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2 16:59

수정 2015.03.02 17:07

[fn 스트리트] 전별금

보험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퇴직금 이외에 수억원대의 전별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의 경우 이우철 전 회장(2008~2011년)은 퇴임 시 3억5000만원, 남궁훈 전 회장은 2억2000만원(2005~2008년)의 '전별금'을 각각 받았다. 손보협회도 문재우(2010~2013년)·이상용(2007~2010년) 전 회장이 퇴임할 때 2억~3억원의 전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옛 재무부와 그 후신인 재경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모피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협회 측은 턱없이 적은 퇴직금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주는 공로금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회원사의 부담으로 거액을 지급하는 관행이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전별금이 가끔 논란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자사 출신 임원이 정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경우 금전적 특혜를 제공해왔다고 한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지난 2009년 씨티그룹을 떠나면서 의무 근무연한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50만달러 어치의 주식 보너스를 받았다고 한다. 모간스탠리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에 입성한 토마스 나이스 전 국무부 부장관도 회사를 떠날 때 최소 500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별금은 고용계약서에 명시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향판 출신으로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려진 조무제 전 대법관이 지난 1994년 창원지법원장으로 승진했을 때의 일화다. 주위의 강권으로 전별금을 받게 되었다. 판사나 검사가 발령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전별금을 주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그는 전별금 전액으로 책을 구입해 부산고등법원 도서관에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급여나 법으로 정해진 수당이 아니면 일절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별(餞別)'이란 떠나는 사람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 작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별금의 사전적 의미는 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움의 표현으로 주는 돈이다. 실제로 어떤 조직에서 함께 일하다 헤어지게 될 때 아쉬워하면서 가는 길에 노잣돈으로 쓰라고 약간의 돈을 봉투에 담아 건넨 것이 전별금이다.
그런데 그 돈의 액수가 커지면서 뇌물로 변질됐다. 공직자가 퇴임할 때 관내 업자들이 돈을 걷어주는 풍토는 더 이상 미풍양속이 아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우리도 전별금 문화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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