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이 오는 21~18일 신작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유명한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과 함께다. 이번 작품 연출은 정의신의 첫 창극 도전이기도 하다.
2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의신은 "'코카서스의 백묵원'이라는 서양작품이 한국 판소리와 융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이다. 그루지야를 배경으로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벌이는 양유권 다툼을 그리며 진정한 모성애가 무엇인지 묻는다. 전쟁 중에 아이를 버렸다가 유산을 받기 위해 다시 아이를 찾으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워온 하녀 그루셰가 재판에서 맞붙는다. 정의신이 창극으로 각색한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이 장면을 가슴 절절한 소리 대결로 그려낸다.
전통 창극의 도창(導唱) 형식을 도입하기 위해 재판관 아츠닥에게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이끄는 가수 역할을 맡겼다.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무대와 객석의 간격을 좁히고 이야기를 끌고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남자인 이 역할을 여배우가 연기하고 하녀 그루셰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경비병 시몬과의 사랑에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하는 등 과감한 시도도 돋보인다.
아츠닥 역은 국립창극단 대표 여배우 유수정과 서정금이 맡았고 그루셰는 조유아, 시몬 역은 최용석이 연기한다. 조유아와 최용석은 입단한 지 1년도 안된 인턴단원으로 정의신이 이번 공연에 파격 캐스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음악은 김성국 중앙국악관현악단 단장이 맡았다. 그는 "전통 소리를 중심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되, 오케스트라 편성과 편곡 등은 극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꾀했다"고 말했다. 소리는 정통을 지키고 반주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창극 배우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을 돋보이게 한다는 구상이다.
국립창극단은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을 시작으로, 그리스 비극을 원작으로 한 '메디아', 소설에 기반을 둔 '서편제' 등 동시대성이 강한 다채로운 소재의 창극을 선보이며 창극의 지평을 넓혀 오고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틀에 갇히지 않고 창극을 넓게 펼쳐내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음악극으로 만들고 싶다"며 "현재 창극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코카서스 백묵원'은 진화의 탑을 한층 높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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