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이 문자, 진짜야 가짜야? 불법대출 더 교묘해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0 17:33

수정 2015.03.10 17:33

'따뜻한 금융 햇살론'… 이름에 로고까지 판박이
명칭만 도용하던 브로커 안내책자까지 본떠 악용
은행직원도 헷갈릴 지경 "당국, 단속 강화해달라"

이 문자, 진짜야 가짜야? 불법대출 더 교묘해졌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금융 햇살론…연 10%의 금리로 생계자금은 물론 대환자금까지 정부보증상품의 혜택을 누려보세요.'(햇살론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 경북의 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50대 박모씨는 이 문자를 보는 순간 처음엔 보이스피싱 등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금방 사라졌다. 이미 햇살론을 취급하는 농협이나 새마을금고에서 이와 동일한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표 로고는 물론 이 상품의 운용 취지 등까지도 거의 유사했다. 일단 이 문자를 믿게 된 박씨는 정부 정책상품인 만큼 선착순 10명에게만 추가 금리혜택을 준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박씨는 결국 해당 브로커가 요구한 관련서류(주민등록등본·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를 넘겨주고 말았다. 그가 넘긴 계좌를 통해 브로커는 단 하루 만에 수천만원의 돈을 옮겨 빼가는 용도의 대포통장으로 악용했고, 박씨 명의로 대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사 유사명칭 불법사용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햇살론'이나 '농협캐피탈' 등의 명칭만 도용해 불법대출 등을 일삼던 브로커들이 이제는 금융사의 로고는 물론 해당 상품의 특징과 슬로건 등이 담긴 안내책자까지 본떠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한 금융거래가 많은 업계 분위기를 타고 이 같은 불법행위를 일삼는 일당들은 주로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특판 형태의 금융상품'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 유사명칭을 사용한 사기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지만 관련당국의 감시나 관리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 직원도 헷갈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의 명칭이나 로고, 슬로건 등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미 최근 몇 년 동안 수차례 문제시돼온 서민금융지원제도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의 불법행위가 점차 지능화되고 교묘해짐에 따라 실제 은행 실무자 사이에서도 혼선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남의 한 지역농협에 근무하는 A씨는 60대 주거래고객이 가져온 농협 특판상품 홍보물(사칭)을 본 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농협에서 판매 중인 대출상품의 명칭은 물론 상품 가입에 대한 설명과 실무담당자의 이름까지 같았기 때문이다.

A씨는 "자세히 비교해본 결과 전화번호가 070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나 금리조건 등을 제외하면 농협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구분할 만한 특이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최근엔 고금리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불법대출이 아닌 개인정보 갈취를 목적으로 은행을 사칭하는 경우도 적잖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실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비롯한 캐피털·대부업 공식 등록업체의 유사명칭을 악용해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여신담당자는 "당행의 유사업체에서 뿌린 문자에서 접한 대출 금리조건을 본 뒤 상품을 확인하려고 은행에 다시 문의해오는 고객이 심심찮게 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금전적인 피해를 넘어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제2의 피해사례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사 명칭 사용 단속 강화해야

현재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사 명칭 사용 난립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금융감독원 등 관련당국이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으로 쏟아지는 각종 금융상품이나 지원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유사 불법 사례가 없는지 검사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제재대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엔 주로 60대 이상의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행위가 만연했지만 지금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종사자 등과 같은 금융 주류계층으로 타깃을 넓히고 있다"면서 "은행 유사명칭 사용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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