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6S에 인증 칩 탑재해 알뜰폰 사업자 역할
구글, 이통사와 MVNO 계약 "대형 유통업체 등 진출 가능"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대표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잇다라 이동통 사업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규모 자본과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진입할 수 있던 이동통신 시장에 기술과 자금은 물론 거대 가입자 기반을 가진 대형 신규 사업자 출현이 가시화되면서, 장벽이 무너진 이동통신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 알뜰폰 사업자로 본격 변신?
20일 애플 전문 매체인 애플 인사이더는 최근 애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올 하반기에 가칭 '아이폰6S'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애플의 가입자 인증 칩(SIM, 심)을 탑재해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 심이 탑재된 아이폰6S 사용자는 기존 이동통신회사와 직접 장기 약정 계약을 맺지 않고, 애플이 제휴를 맺은 이동통신 회사와 애플의 조건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를테면 애플이 미국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 MVNO)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애플의 이런 도전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패드에어 2'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애플 심을 탑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즌은 아예 애플 심을 지원하지 않았고, AT&T도 가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애플의 첫 MVNO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애플 인사이더는 "현재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가 바뀌었고, 아이폰이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단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아이패드에어2 때와 같이 애플 심을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애플은 지난해 9월 '다이나믹 이동통신사 선택'이라는 시스템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애플이 MVNO 시스템을 운영하고 개별 이동통신사로부터 음성 및 데이터 요금제 가격을 입찰받아 단말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특허의 주요 내용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사례로 봤을 때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애플이 애플 심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한다면, 애플이 아이폰을 이용해 이동통신 회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의 구미에 맞도록 요금도 조정하도록 만들어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도 무선인터넷 시장 진출 선언
구글도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순다르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소규모로 미국 내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현재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미국 내 이동통신사와 MVNO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이통 서비스에 대한 실험 및 소규모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2013년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마운틴 뷰 캠퍼스에서 라디오 네크워크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 롱텀에볼루션(LTE) 이통망 구축을 위해 소형 기지국 50개를 설치했다.
특히 구글은 이미 기가급 유선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 파이버'를 제공중이다. 현재는 캔자스시티 등 미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곧 애틀란타 등 동부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장벽 무너지는 이동통신..판도 변화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나 구글의 이동통신 사업 직접 진출 시도는 기술발달로 무선인터넷망을 통한 음성통화가 가능해졌고, 스마트폰 대중화로 무선인터넷이 주요 소통 수단이 된 최근의 이동통신 산업 구조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했던 기존의 이동통신 사업과 달리 MVNO 방식을 이용하면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애플이나 구글 외에도 대형 유통업체나 방송사도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 산업의 구도도 신생 업체 출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의 허가를 통해 주파수를 받아 진입할 수 있던 이동통신 산업의 장벽이 이미 스마트폰과 MVNO로 인해 무너졌다"며 "각국 정부는 인가와 규제라는 기존 이동통신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고,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도 대형 신생 경쟁업체 출현에 대비해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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