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으로 '잃어버린 가족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에 따르면 이모씨(62·여)는 다섯 살 무렵 기차역에서 미아로 발견됐다. 그후 중앙보육원을 거쳐 서울 구세군 혜천원으로 보내졌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서류상 1954년 3월 19일에 태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이씨의 흐릿한 기억 속에는 부모님과 언니 둘, 오빠가 있었다. 언니 중 한 명의 이름이 '경자'였던 것으로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집앞에는 산과 냇가가 있어 이따금 언니, 오빠와 함께 냇가에서 가재를 잡아 삶아먹기도 했으며, 목화밭에서 목화씨를 먹은 기억도 있단다.
이씨의 가족은 작은 단칸방에서 살을 부비고 살았는데 방에서 부엌으로 나오다 넘어지는 바람에 이마를 다쳤고, 지금도 이마에 그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씨는 "어머니는 항상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고 계셨고, 언니는 엉덩이까지 머리를 길렀다"면서 "산골같은 동네에 살다가 집이 많은 골목길 문칸방으로 이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언니 가운데 한 명은 대전으로 돈을 벌러 간다고 집을 나갔고, 다른 언니는 남의 집에 맡겨진 것으로 생각이 난다. 이씨도 그 무렵에 남의 집에 맡겨졌다. 건어물 장사를 하는 집이었는데 마당옆 문으로 보면 장이 보이고, 마당 앞쪽으로는 건어물 장사 판매대가 있었다.
집 안에 우물이 있었고, 식모가 둘이나 됐을 정도로 부유한 집이었다. 이씨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잠을 잤는데 할아버지는 하얀 피부에, 백발의 스포츠머리였다. 그 집에는 이씨와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었는데 이름은 '명숙'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어는 날 이씨를 역으로 데려가 기차에 태우더니 밤색사탕을 쥐어주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기차는 출발했고, 이씨는 어느 역인지도 모른 채 울면서 기차에서 내려 미아 신세가 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나이와 이름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름은 정확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나이는 다섯 살보다 한두 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는 부분이 많이 없어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꼭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부모님은 생존해 계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언니나 오빠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권모씨(55·여)는 부모를 찾고 있다. 그는 1960년 3월 13일 '오경'이라는 이름으로 빈사상태에서 대전의 어느 부잣집 앞에 버려졌다. 다행히 아이가 없는 집이어서 양부모는 권씨를 소중하게 키웠다.
아홉 살때 권씨는 혼자 비행기에 태워져 일본으로 갔고, 2년 후 양부모도 일본으로 건너갔다. 권씨는 "양아버지의 성함은 권영득씨였는데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셨고, 양어머니의 어머니가 일본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이후 여성실업가로 성공을 하고, 결혼도 했다. 그는 "19세 되던 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돼 친부모님을 원망하고, 방황도 했으나 지금은 반드시 찾아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그동안 찾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양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함께 찾을 길이 막막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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