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에 대한 규정을 법률에 명시하는 '안경사법'이 국회에 제출된지 1년이 돼 가면서 안과의사협회와 안경사협회 간 이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70% 정도가 안경원에서 시력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검사를 안과병원에서 하는 방안과 안경사에게 권리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직역단체간 영역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경사법 제정안을 둘러싸고 안과의사와 안경사단체 간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국회 밖에서부터 입법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국회에서는 최근 불거인 각종 입법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인해 특정 단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법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 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수개월째 계류중이다.
노 의원이 발의한 '안경사법'은 안경사 자격 취득 요건, 관청 신고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안경사가 되려는 이는 안경에 관한 학문을 전공하는 대학·산업대학·전문대학을 졸업하거나 외국의 면허를 받고 안경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 등 안경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다소 높아지며 전문성을 확보하게 된다.
또 안경을 제조하거나 안경·콘택트렌즈의 판매업소를 개설하는 것도 안경사 면허가 필수적이며 안경업소를 개설하려는 지역의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개설 등록을 해야 한다.
노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안경사는 안경사만이 개설할 수 있는 안경업소에서 독립적으로 시력검사, 안경의 조제 및 판매, 콘택트렌즈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상 규정이 안경사의 업무특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시력보건을 담당하는 안경사의 관리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지난 1988년 제정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면서 생긴 안경사제도에 의해 운영 중이다. 안경사협회 측은 독립된 법안 부재로 업무특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필 대한안경사협회 회장은 "안과보다 안경원에서 시력검사를 하눈 국민들이 훨씬 많다"며 "안경원에서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하게되면 더 정확하고 빠르게 국민의 눈 건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안질환이 발견될 경우 즉시 안과치료를 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경원에서는 피검사자의 응답에 의존하는 '자각적굴절검사'만 가능하다. 김 회장은 "대부분 안과에서도 안과의사가 아닌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검안사들이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한다"며 "안경사나 안과에 근무하는 검안사 모두 안경광학과를 졸업해 필요한 교육을 이수받았기 때문에 '안경사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과의사 단체에서 타각적 굴절검사 등 안광학검사를 안경사가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에 대해 의학적 관점에서 안전성 등을 우려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것을 기초로 안경원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안경을 구입하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안경사단체측의 입장과 대척을 이루고 있다.
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안경사법이든 의료법이든 모든 보건·의료에 관한 법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성이 우선 돼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접근성과 편의성"이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문 의원은 "안경사법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의료에 영향을 주는 법은 어떤 직종, 직능을 위한 것 보다는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법안을 검토할때 이런 것을 우선 순위로 해야지 진영 간 다툼의 측면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경을 맞추기 위해 병원을 들러 검사에 대한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냐라는 문제와 시대환경 변화에 따라 국민생활 편의를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노 의원은 지난 해 9월에서는 국회에서 복지위 여야 간사 의원들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법안 제정을 위해 이슈 몰이를 하고 있지만 입법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라는 게 양당의 공통된 의견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조지민 박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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