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보증하는 서민전세자금 대출의 허술함을 악용해 100억원 넘게 빼돌린 사기단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입건자 수는 무려 400명이 넘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성환)는 허위 재직증명서로 국민주택기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이를 가로챈 혐의(사기)로 총책 서모씨(51)와 부총책 최모씨(35) 등 123명을 구속 기소하고 허위 임차인 한모씨(47) 등 15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또 달아난 허위 임차인 한모씨(32) 등 107명을 기소중지하고, 나머지 28명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임차인·임대인 모집 브로커와 서류위조책 등과 함께 지난 2011∼2013년 87회에 걸쳐 서민전세자금 5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출비리로 이들이 빼돌린 자금은 160억원에 달하며 이 중 144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서민전세자금 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민주택기금과 은행자금으로 일단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의 대부분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자격 요건이 되는 무주택 세입자가 재직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시중은행에 제출하면, 은행의 심사와 보증기관의 승인으로 대출 금액이 주택 임대인에게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들 조직은 돈이 급해 대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이나 노숙인을 허위 임차인으로 회유해 미리 만든 유령업체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꾸민 뒤 4대 보험 가입증명서와 재직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은 허위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를 통해 만든 가짜 전세계약서와 증빙서류를 허위 임차인에게 전달, 이를 은행에 제출하도록 해 대출금을 받도록 했다.
사기 유형도 다양했다. 신모씨(28)는 '30세 미만이면 배우자가 있는 세대주만이 대출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브로커의 소개를 받아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과 혼인신고까지 해 허위 임차인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임대인 역할을 하던 한모씨(47)는 또다른 임대인을 모집하는 브로커로 전향하기도 했다.
검찰은 서민전세자금 대출사기를 구조적·조직적 비리로 규정해 실태를 점검한 국무총리실 소속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의 수사의뢰로 수사에 착수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 직원 4명과 함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이 대출 재원인 경우 대출사고가 나도 은행에서는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은행자금으로 대출을 해줘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으로 인해 최대 10%만 손해보기 때문에 형식적 심사만 거치기도 했다"며 "지난해에만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변제해 준 금액이 2068억원인 만큼 대출비리가 더 있다고 보고 단속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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