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레저] 명인을 만나러 가는 길, 숨막히는 봄 풍경은 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9 17:55

수정 2015.04.09 18:04

'장인을 찾아서' 전통문화 체험 6選

4월 본격적인 봄 나들이 시즌이 돌아오면서 각 지역마다 축제가 열리는 등 가볼만한 곳이 넘쳐난다. 주위에 활짝 핀 꽃내음을 맡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명인.명장의 작품들을 찾아 길을 떠나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장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6곳을 선정·발표했다.

복령 약떡 만들고 꽃게로 바다만찬
방금 쪄낸 떡을 보여주는 전남 진도의 김영숙 명인.
방금 쪄낸 떡을 보여주는 전남 진도의 김영숙 명인.


■맛좋고 몸에도 좋은 약떡, 전남 진도 김영숙 명인

복령조화고를 만드는 명인을 만나기 위해 거친 울돌목 위에 세워진 진도대교를 건넌다. 죽은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복령은 이뇨, 강장, 진정에 효능이 있는 버섯이다. 복령을 넣어 만든 복령조화고로 대한민국 식품명인(53호)에 지정된 김영숙 선생은 시할머니 밑에서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약떡이라 소화력이 약해진 환자나 노인,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진도의 봄은 꽃게가 책임진다. 통발로 잡아 상에 오르기까지 달콤한 속살을 간직한다. 해마다 4월부터 5월 말에 꽃게 집산지인 서망항이 시끌시끌한 이유다. 들꽃과 해안 절벽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접도웰빙등산로는 오붓하게 걷기 좋다.

쌍계 야생차에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
보다 좋은 차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경남 하동의 김동곤 제다(製茶) 명인이 다회를 주관하고 있다.
보다 좋은 차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경남 하동의 김동곤 제다(製茶) 명인이 다회를 주관하고 있다.


■경남 하동 홍소술·김동곤 제다 명인을 찾아서

차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製茶) 명인을 만나러 경남 하동 화개로 간다. 화개 제다는 홍소술 명인이 운영하는 다원으로 화개동 일대에 자리한 수많은 야생차 밭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쌍계 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두 곳 모두 명인이 만든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시음장을 운영한다. 하동 차문화센터에서는 하동 야생차의 역사와 차 문화에 대해 전시하고 차 덖기, 떡차 만들기, 다례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년 5월말께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도 열린다. 초의선사가 머물며 '동다송'을 지은 칠불사와 차 시배지, 백련리 도요지도 함께 둘러보고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의 야생차 구간을 걸으며 봄날을 만끽해볼 수 있다.

숭례문·무량수전 복원한 최고 대목장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전흥수 대목장.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전흥수 대목장.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 전흥수 대목장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궁궐, 사찰, 주택 같은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은 설계부터 완성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전흥수 선생은 1938년생으로 올해 78세다. 18세에 목공에 입문해 전통 건축의 맥을 잇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지난 1998년 전 재산을 들여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지었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법주사 팔상전,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개암사 대웅전 등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의 축소 모형을 실제 건축 기법대로 손수 제작·전시했다. 내로라하는 우리 전통 건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수덕사와 추사 고택, 국내에서 여섯번째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대흥면, 장터국밥으로 유명한 예산 오일장, 덕산온천 등을 연계해 여행할 수 있다.

간결한 아름다움, 나주의 소반
나주반 제작에 몰두한 김춘식 나주반장.
나주반 제작에 몰두한 김춘식 나주반장.


■전남 나주반의 명맥을 잇는다, 나주반장 김춘식

나주반은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소반이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한 아름다움과 결구의 짜맞춤으로 구성한 견고함이 특징이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상 가장자리)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변죽기법은 해주반이나 통영반과 차별되는 독특한 기법이다. 광복 후 사라질 뻔한 나주반의 맥을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이 잇고 있다. 나주반전수교육관에서는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 체험을 운영한다. 1주일 전 예약 필수.

영산포 홍어 거리와 황포돛배는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치던 영산포의 과거를 말해주는 여행지이고, 나주목 객사인 금성관은 나주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코를 자극하는 홍어와 담백한 곰탕이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옻칠의 본고장서 만나는 나전칠기
줄음질로 자개 문양을 만드는 강원 원주의 이형만 나전장.
줄음질로 자개 문양을 만드는 강원 원주의 이형만 나전장.


■아름다운 빛과 향이 어리다, 원주 나전장 이형만

나전칠기의 주요 소재는 나전과 칠기로 나눈다. 이 가운데 옻칠에 해당하는 칠기의 고장이 원주다. 옻칠 재료는 강원도 원주를 으뜸으로 친다. 나전장 일사 김봉룡이 원주로 작업장을 옮긴 이유도 좋은 옻 때문이다. 지금은 그의 제자 이형만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의 대를 잇고 있다. 이형만 나전장은 김봉룡 장인에게 나전을 배웠고, 제대 후 스승에게 인사차 들렀다가 원주에 뿌리내렸다.

나전칠기는 그 기법에 따라 줄음질과 끊음질로 나뉘는데, 이형만 장인은 김봉룡 선생에 이어 줄음질로 만든다. 원주는 이들 나전장을 중심으로 한국옻칠공예대전 개최를 비롯해 옻칠공예의 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주옻문화센터, 원주역사박물관, 옻칠기공예관 등에서 장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옻칠과 나전칠기 체험도 가능하다.

한땀한땀 지어 신기도 아까운 화혜
완성된 당혜를 들어보이는 부산 안해표 화혜장.
완성된 당혜를 들어보이는 부산 안해표 화혜장.


■전통신 신고 걸어볼까, 부산 화혜장 안해표

부산 감천문화마을에는 부산 무형문화재 제17호 화혜장 안해표 선생이 운영하는 전통신 전수관이 있다. 화혜장은 왕가나 양반이 주로 신던 전통 가죽신(화혜)을 만드는 장인이다. 다양한 천연 소재를 이용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단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신이 만들어진다. 전통신전수관에 가면 3대에 걸쳐 전통을 고집하며 손으로 만든 화혜의 아름다움과 장인의 삶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은 바다의 고장으로 사하구부터 기장군까지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한다. 영도구의 절영해안산책로와 남구의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볍게 걸어볼 수 있는 길이다.
절영해안산책로에는 영화 '변호인', 이기대해안산책로에는 영화 '해운대' 촬영지도 있다. 절영해안산책로 가는 길에 만나는 부산 삼진어묵체험역사관에서 부산의 별미 어묵을 맛보고 어묵의 역사도 되새겨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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