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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여성이 고려해볼만한 '삽입형 피임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4 10:10

수정 2015.04.14 10:10

기혼여성이 고려해볼만한 '삽입형 피임법'

흔히 기혼 여성에게 피임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하지만 자녀 터울을 조정하거나 직장문제 등으로 자녀를 원하지 않는 등 결혼했더라도 피임이 필요성은 여전하다. 기혼자들은 보통 콘돔이나 질외사정을 활용하지만 이들 방법만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게 사실이다. 확실한 피임을 고려하는 여성 가운데 수술보다 부담이 덜한 체내 피임기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가 많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분만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체내삽입장치를 이용해 피임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월경량이 많거나 월경통이 심한 경우엔 루프·미레나가 효과적이긴 하지만 모든 여성에게 똑같은 피임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및 출산 여부, 월경량, 월경통 등 개인 특성에 맞게 최적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프는 자궁내 피임장치 중 하나로 플라스틱 몸체에 실이 붙어 제거할 수 있다. 플라스틱 몸체에 대개 구리가 추가된다. 자궁내막에 국소적인 이물반응을 유발, 수정을 방해해 피임 효과를 낸다. 한번 시술로 3~5년 효과를 유지한다. 자궁경부를 국소마취한 뒤 장치삽입을 위해 확장술을 시행하기도 하나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궁 관련 암, 자궁 및 질출혈, 자궁내막까지 침범한 자궁근종을 가진 사람은 활용해선 안 된다. 산욕기 패혈증을 겪은 사람도 시술할 수 없다. 3개월 이내에 골반염이나 성접촉성질환을 앓은 사람도 삼간다.

시술 중간부터 시술 후까지 생리통과 비슷한 통증을 느낄 수 있지만 보통 하루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시술 후 첫달부터 수개월 동안 월경과다, 생리통, 불규칙적인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에서 질분비물이 증가했다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경우 자궁경부염 또는 질염 검사를 시행하는 게 좋다. 이같은 염증을 치료할 때엔 굳이 자궁내 장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신용덕 원장은 "루프는 피임 실패율이 3% 정도로 임신을 원하는 경우 제거하면 되므로 문제될 게 없다"며 "미혼 여성은 루프로 간혹 불임이 될 우려가 있어 피임약 등을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자궁외임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진찰을 통해 루프 위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미레나도 자궁 내 피임장치다. T자형의 작은 플라스틱 재질로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는 저장소에서 매일 일정하게 소량의 레보노게스트렐(levonorgestrel)을 자궁내막에 직접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자궁경부점액의 점도를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의 자궁 및 난소로의 이동을 억제한다. 난관에서의 정자의 운동성과 기능을 저하시켜 수정을 예방하는 원리다.

또 자궁내막의 위축과 억제를 반복시켜 착상을 예방한다. 자궁에 삽입한 후 5년간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역적인 피임법으로 장치를 제거하면 다시 임신할 수 있다. 시술 후 생리량이 줄고 생리 기간이 짧아지며 1년 정도 후엔 생리가 중단되기도 한다.

신 원장은 "루프는 월경과다, 월경통증 및 비정기적 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이를 보완한 장치가 미레나"라며 "지속적으로 자궁 속의 루프에서 호르몬을 배출하게 함으로써 월경과다,월경통증을 없애주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나 월경량을 줄여주는 좋은 피임법"이라고 덧붙였다.

루프와 마찬가지로 임신, 산욕기, 패혈증, 3개월 이내에 골반염 또는 성접촉성질환에 노출된 경우,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진단되지 않은 질출혈, 자궁기혈, 자궁내막을 침범한 근종, 간질환, 정맥혈전색전증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시술 후 처음 3~6개월간 자궁내막이 안정화될 때까지 생리량이 늘고 생리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불규칙적인 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출혈은 3~6개월 후 대개 사라진다. 이 시기가 지나면 월경 기간이 짧아지고, 월경통이 감소하며 일부에서는 무월경을 경험할 수도 있다.

레보노게스트렐의 부작용으로 두통, 유방 압통, 여드름, 하복부 통증, 오심 등이 유발될 우려가 있지만 3~6개월 후에 대부분 사라진다. 피임 실패율은 5년 동안 여성 100명당 1명 미만으로 보고됐다.

자궁 내 삽입된 위치가 적절치 않거나 자궁선근증 등으로 자궁의 크기가 큰 경우 등 일부에서 저절로 배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담당의와 상의해 재시술을 받거나 다른 피임법을 고려하는 게 좋다. 기구가 제대로 삽입됐다면 시술 후 부부관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시술 시기에 따라 7일간 금욕하거나 추가 피임법을 병행하는 게 안전하다.

미혼 여성도 체내에 기구를 삽입하는 피임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자궁 대신 팔뚝 아래 등 피하에 주입하는 피하이식 피임기구 '임플라논'을 활용하는 것이다.

임플라논은 길이 4㎝, 외경 2㎜인 1개의 관에 프로게스틴(progestin, 합성 프로게스테론)인 데스게스트렐(desogestrel)의 활동성 대사물질인 에토노게스트렐(etonogestrel)을 60㎎ 함유하고 있다. 하루 약 0.030㎎(30mcg)씩 분비해 피임 효과를 낸다.

이 호르몬은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의 점도를 높여 정자의 자궁 및 난소로의 이동을 억제한다. 상완의 피하 부위에 주로 삽입하며 피임 효과는 3년간 지속된다. 삽입 및 제거가 매우 간편하고, 출혈량이 적어 빈혈인 여성에게 권할 만하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피임약 복용은 꺼려지고 루프는 부작용이 심해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여성에게 적합하다. 피임약은 매일 먹지 않으면 약효를 보기 어렵고, 루프는 자궁내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고 주입 후 통증이 심해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겐 적합하지 않다.

임플라논은 생리 시작 1~5일 사이에 시행해야 한다. 국소마취 후 상완 피부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삽입하며 5분 안팎이면 시술이 끝난다. 시술 후 스스로 시술 부위 피부를 촉지해 삽입 위치를 확인하고, 촉지되지 않으면 검사로 체크해야 한다.

신용덕 원장은 "이식 후 바로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월경 시작 후 7일을 경과한 시점에 시술했다면 처음엔 금욕이나 추가 피임법을 병용하는 게 안전하다"며 "제거 후 피임 효과는 바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임플라논도 호르몬에 의한 부작용으로 무월경, 월경 과다, 불규칙적인 출혈, 두통, 현기증,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증상이 지속되고 환자가 불편을 심하게 호소한다면 제거하고 다른 피임법을 고려해야 한다.
피하 이식 시술 자체에 대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

장기간 가역적인 피임을 원하거나, 다른 피임법에 문제를 느끼는 여성이라면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활동성 정맥혈전질환, 프로게스테론 의존성 종양(수막종 등), 간기능이상, 임신이 의심되는 경우, 원인 불명의 질출혈, 과민 반응 등에 해당되면 시행해서는 안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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