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남도 끝자락 전남 고흥.. 원시체험부터 우주체험까지 '팔색여행'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6 17:48

수정 2015.04.16 17:48

삶이 펄떡이는 갯벌 위로 붉은 해가 저물었다

나로도 '우주로 향한 꿈'
절벽 위 우주발사전망대 최고 비경 26일부터 '신나는 우주여행' 축제

시호도 '호랑이가 누워있는 섬'
원시인 복장으로 움막에서 잠자고 사냥도 하는 원시체험공간 인기

소록도 '희망을 노래하는 섬'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 닮아 소록도 한센인들의 꿈과 한이 서린 곳
전남 고흥 중산일몰전망대 앞바다엔 크고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해질녘 이곳을 찾으면 득량만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낙조와 만날 수 있다.
전남 고흥 중산일몰전망대 앞바다엔 크고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해질녘 이곳을 찾으면 득량만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낙조와 만날 수 있다.


【 고흥(전남)=조용철 레저전문기자】남도 끝자락 전남 고흥은 동쪽으로 순천.여수, 서쪽으로는 강진.보성과 맞닿아 있다. 이들 모두 국내의 대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여행지다. 이에 비해 여행지로서의 고흥은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해 있는 외나로도와 한센인 병원이 들어선 소록도로 기억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흥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이구동성으로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우선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는 고흥읍에서 동남쪽으로 3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구성돼 있다.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두 섬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나로도는 바다에서 보면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다고 해 나로도라 불렸다고 하며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
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


나로우주센터는 우리의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기 위한 발사장으로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한 발사대 및 위성.발사체조립시설, 발사 통제동, 추적레이더 등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종합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12일 정식 개관한 우주과학관은 나로우주센터 방문자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우주과학기술 전시 및 교육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의 최고 비경은 남열해수욕장 앞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보게 된다. 우주발사전망대는 남쪽으로 16㎞ 떨어진 외나로도 우주센터의 나로호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세워졌지만 빼어난 주변 해안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명당이기도 하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이 압권이다.

이곳에 우주센터가 생기면서 시작한 우주항공축제도 눈길을 끈다. 오는 24~26일 고흥군 호형리 박지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고흥으로 떠나는 신나는 우주여행'이 그것.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봄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우주과학 관련 대표축제로 우주항공시설을 연계한 전국 최대 규모의 우주항공 테마형 축제다.

시호도 원시체험마을
시호도 원시체험마을


■일몰도 보고, 원시인 체험도 하고

원시인 복장으로 움막에서 잠을 자고 사냥을 해야만 하는 곳도 있다. 자연과 더불어 원시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호도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무인도인 이곳은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지형이 호랑이가 죽어 누워있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시호도(尸虎島)라 불리는 곳으로 '호랑이가 살아있는 모양이었으면 사람에게 해가 되는데 죽은 모양이라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5분 남짓 배를 이용해 시호도에 도착하면 입촌식을 한 뒤 원시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부족 생활을 시작한다. 뗏목 체험, 낚시 체험을 하는 어부들과 밭을 일궈 수확해야 하는 농부들, 새총 및 활쏘기 체험을 해보는 사냥꾼으로 나뉘어 각기 부족 생활을 체험한다. 부족별 체험 실적에 따라 식사를 제공하며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원시장터도 마련돼 있다.

남열해수욕장과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본 일출과 일몰도 잊지못할 풍광을 자랑한다. 77번 국도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득량만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중산리 일몰은 고흥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우주과학관 전경
우주과학관 전경


■봄바람이 들려주는 희망의 섬, 소록도

고흥반도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엔 소록도가 위치해 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라 불린다. 국도 27호선을 이용해 소록대교를 거쳐 소록도 주차장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턴 도보 관람만 가능하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방문객들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까지만 출입이 허용된다.

강춘애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소록도 주차장 앞에서 국립소록도병원 인근까지를 예전에 '수탄장'이라고 불렀다"며 "전염병을 우려해 미감아 보육소에서 생활하던 미감아동과 환자인 부모가 한달에 한번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눈으로만 혈육을 만나야만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지어진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소록대교 아래 주차장을 기준으로 왼쪽은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 오른쪽은 소록도 해수욕장이다. 일제강점기 소록도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일본인 직원이 거주했던 섬의 오른쪽이 1번지, 환자들이 거주했던 섬의 왼쪽이 2번지로 두 개의 번지수를 가졌다고 한다. 직원지대와 병사지대로 나눠 부르며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소록도 안에는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록도 감금실과 한센병 자료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일제강점기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는 역사적 건물과 표지판 등이 많이 남아 있다.

국립소록도병원 중앙공원은 지난 1936년 일본인 자혜의원장이 천황에게 바치기 위해 환자들의 눈물과 땀을 동원해 지은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공원이다. 환자들이 직접 가꾼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이 마치 조각처럼 서 있다. 중앙공원의 벽화는 소록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한다. 실제로 530여명의 주민을 일일이 방문해 사진을 찍은 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아픔의 역사를 간직했지만, 이제는 슬픔을 딛고 희망 찬 미래를 꿈꾸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소록도 바로 밑에는 거금도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11년 거금대교로 이어지면서 육지가 된 거금도는 고흥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조선시대의 도양목장에 속한 방목지의 하나로 '절이도'라고도 했으며 일설에는 큰 금맥이 있어 '거금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거금도는 이팝나무, 참식나무, 육박나무 등 난대수종의 보고로 해안도로 드라이빙 코스로도, 숲 체험 코스로 좋다.


거금도에 들어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 좋다.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금산 몽돌해변, 갯바위 낚시터 등 볼거리 대부분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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