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체계 바뀌기전부터 이미 협의요율로 적용돼 부동산시장 비교적 '잠잠'
"반값이라는 단어에 속아" 생색내기·맹탕정책 지적
"과거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요율이 0.8%, 0.9%로 돼 있었다 해도 그렇게 받아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올 들어서는 손님들이 이른바 '반값 중개보수' 적용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줄곧 0.4% 요율로 계약해 큰 변화는 없습니다."(서울 용산구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부동산 중개보수가 저렴해졌다고 해 기대했지만 말만 반값이지 2년 전 거래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씨)
서울시가 지난 14일부터 '반값 부동산 중개보수'를 시행하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반응은 시원찮다. 중개보수 절감 효과를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반값'이라는 달콤한 말 뒤에 숨은 '맹탕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값 적용? "이미 적용된 요율 수준과 똑같아"
서울시의회는 지난 13일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요율을 6억∼9억원 미만 주택 매매의 경우 기존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3억~6억원 미만 주택 임대차의 경우 기존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각각 낮추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킨 데 이어 14일 시보 특별호를 발행, 곧장 시행에 들어갔다. 봄 이사철이 끝나기 전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중개보수 절감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목표에서였다.
그러나 시행 1주일여가 지난 부동산 시장은 이렇다 할 불만을 토로하는 중개업자도, 이렇다 할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없이 비교적 잠잠했다.
우선 중개보수체계가 바뀌었어도 변한 게 없다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공통적 반응이다. 반값 중개보수가 적용되는 거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적용되는 거래 역시 이미 협의요율 수준인 0.4~0.5%를 이행해왔다는 것이다.
마포구 공덕동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1일 "이번에 바뀐 상한요율이 원래부터 받던 중개보수율 수준 그대로"라며 "'이내에서 협의'라는 단서가 붙어 앞으로 요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상한요율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체결일 적용을 두고 중개업자와 계약자 간 실랑이가 클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관련법상 중개보수 지급기준은 계약 체결일이어서 14일 이후 잔금을 치르더라도 미리 계약을 했다면 반값 중개보수를 적용받지 못해 중개업자와 계약자 간 논쟁이 일 것으로 분석됐다.
용산구 원효로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소비자가 중개보수 요율 변경을 알고 있어 변경된 요율을 선적용했다"며 "인근 중개업소도 비슷한 수준을 적용해 시행 시점을 둘러싼 논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향후 소비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중개보수 요율이 0.1~0.2%대로 떨어지면 수익이 반토막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게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라며 "중개업자가 워낙 많아 경쟁도 심한데 요율을 낮추려는 손님이 늘면 앞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소비자도 '글쎄'
실질적 중개보수 요율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일부는 '반값'이라는 단어에 속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전셋집을 구하러 나온 송파구민 김모씨(39)는 "기대와 달리 비용이 반으로 줄어든 게 아니더라. '반값'이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포퓰리즘 아니냐"면서 "극히 일부 구간만 인하해주고는 생색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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