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지하철 뿐 아니라 건물, 화력발전소, 전력구 케이블 등 총 15개 사업 진행
우리 건설사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경쟁하며 갈고닦은 기술력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 건설문화까지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아주는 이가 극히 적다. 도리어 '토건족'이라고, 담합했다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파이낸셜뉴스는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한국 기업들의 건설현장을 찾아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특히 건설사들이 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 끝에 '건설 한류'를 확산시키며 국위를 드높이는 피땀 흘리는 현장 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이정은 기자】 삼성물산이 기술력 뿐 아니라 안전시공과 지역상생 활동으로 싱가포르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과 남부 마리나베이 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지하철 노선인 톰슨라인은 총 연장 30㎞에 총 22개의 정거장(환승 정거장 6개 포함)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으로부터 톰슨라인 213구간을 지난 2013년 수주해 현재 시공 중이다. 싱가포르 중심부에 위치한 칼데코트(Caldecott) 지역의 환승역사 1개소와 총 연장 569m를 건설하는 공사로, 오는 2020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체 공사 규모는 2억2800만달러에 달한다.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안전검토도 진행
지난 17일 찾은 현장의 공정률은 24.5%로, 현장에는 지하 굴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삼성물산이 지하철 공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다름 아닌 안전. 홍정석 현장소장은 "이렇게 땅을 35m 깊이로 파고내려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검토나 설계 검토도 하고 설계적으로 불안전한 부분이 없는지 사전검토한다"며 "발주처도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한 시공을 위한 현장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검토도 진행된다. 홍 소장은 "근로자들과 함께하는 런치박스 미팅을 열어서 불안전한 부분을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불안전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지시 위주였다면 지금은 실제로 일하는 근로자나 협력업체가 요소를 발굴하고 수정하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총 15개 사업을 하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건물, 화력발전소, 전력구 케이블 공사도 진행 중이다. 홍 소장은 추가 수주를 위한 앞으로의 관건도 결국 기술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싱가포르 시장을 더욱 더 개척해 나가기 위해선 기술력밖에 없다"며 "기술력이 뒷받침되면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어 좋은 품질에 더 빨리 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주처에 '지금까지는 이런 방식인데 이제 이렇게 하면 더 잘 될 것'이라고 다양한 기술적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봉사활동 한국 이미지 심는다
한편 공사현장 바로 옆에는 시각장애인협회와 시각장애인학교가 위치해 있다. 특히 협회의 메인 사무실과 음악실, 도서관, 강당 등이 공사 구간과 불과 20m 떨어져 있었다. 기존의 길 대신 다른 길로 둘러서 가야하는데다 소음과 먼지 등 이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이 걱정된 현장 직원들은 이곳을 자주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협회 사무실 청소와 환경미화, 교실 내부와 외벽 벽화 페인팅, 음악실과 도서관에 에어컨 설치 등의 봉사활동 뿐 아니라 기부 행사를 진행해왔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 교장실의 경우, 파일 항타 작업장 바로 옆에 위치해 소음과 진동이 무척 심함에도 이를 이해해주고, 오히려 학교의 주차장 시설 사용을 현장 직원들에게 허락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고 있었다. 이같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이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돼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현지 매체에도 소개가 됐다.
협회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프란시스 태이 씨는 "삼성 측에서 주기적으로 청소와 전기장치 수리, 페인트 칠을 도와주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옮겨야 할 때도 도와주고 있다.
홍 소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관습과 문화가 우리와 비슷하다"며 "대신 유럽이나 호주 등의 업체들은 문화적인 이질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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