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몸 채팅 속 그녀는 그놈..'몸캠 피싱' 조직 적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3 13:46

수정 2015.04.23 14:58

알몸 채팅을 원하는 여성인 척하며 접근해 피해 남성의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몸캠 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피해자의 알몸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은 혐의(상습 공갈 등)로 조모씨(26) 등 19명을 검거,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800여명에게 알몸 채팅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10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을 주지 않았거나 협박 단계인 경우까지 합치면 피해자 수는 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앱 '즐톡'에서 여성인 척하며 피해자를 물색했고, 또다른 채팅 앱인 '라인'에서 알몸 채팅을 하자며 유인한 뒤 야동을 틀고 피해자의 음란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해당 동영상을 지인에게 뿌리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1인당 최대 600만원을 뜯어냈다.

특히 유인책이 알몸 채팅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사진이라며 악성 앱 설치 프로그램을 피해자에게 보냈고, 피해자의 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에 이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책인 조씨가 중국에서 사들인 프로그램에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탈취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조씨는 공고를 졸업하고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는 등 프로그래밍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협박 시 피해자의 학번이나 집 주소 등을 언급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고, "자살할 때까지 유포하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돈을 보내지 않은 피해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동영상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역할을 총책, 인출책, 유인책, 공갈책 등으로 분담하고 범행이 성공할 경우 수익금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등 기업형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20대 남성들로 구성된 유인책이 피해자를 속여 알몸 동영상을 촬영하면 팀장급인 최모씨(26) 등이 금전을 요구하면서 협박하고, 인출책인 박모씨(40)가 대포통장을 이용해 돈을 빼냈다.

아르바이트생인 유인책을 제외한 조직원들은 과거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과 대부업에 종사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이었다.
조씨가 주변인물을 상대로 몸캠 피싱을 한 후 돈을 벌게 되자 본격적으로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 대포 휴대전화, 대포 통장, 대포 차량 등을 사용했으며 사무실도 2개월마다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 피싱 조직원 전원을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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