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출산 후 '잃어버린 여성성', 자신감 되찾을 수 없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7 15:55

수정 2015.04.27 15:55

아기를 낳은 여성은 출산의 기쁨과 동시에 '여자로서의 내 인생은 끝난 게 아닐까' 하는 착잡한 마음을 느낀다. 실제로 출산한 뒤에는 아무리 젊은 여성이라도 '여자'의 역할보다 '엄마'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부인이 아이에게만 전념하는 상황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예민하게 바뀐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부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산모의 85%가 산후우울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출산 후 이틀째부터 2주 정도 우울한 감정을 겪는다. 역할과 삶이 변화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혼자서만 끙끙 앓게되면 자신의 감정의 수렁에 빠져 증상이 심해지고 남편과의 불화, 육아 방치,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자로서의 역할은 끝이라고 여기거나, 남편이 더 이상 내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아기를 낳은 상황 자체가 싫어지거나, 아기를 보는 것도 괴롭다고 호소하는 게 대표적인 산후우울증의 증세다.
평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게 된다.

산모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엄마'라는 호칭에 더 익숙해질 것이다. 임신 기간 중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전과 달라진 몸매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탈모 등에도 속이 상한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산모는 자신의 성생활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감이 심한 사람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찐 살을 빼고, 일시적인 탈모현상이 그치고 머리숱은 예전으로 회복되면 효과적으로 산후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성적인 문제도 출산 후 질근육이 이완돼 예전과 같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지만 질근육이 예전처럼 되돌아가려는 강한 탄력을 가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된다.

물론 아기를 낳기 전과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이런 부분에서 불만을 느끼는 여성은 질성형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흔히 '이쁜이수술'로 알려졌으며 이뻐지는 수술이 아닌 '이쁨받기 위한 수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전문적인 부인과적 의학용어로는 후질벽성형술(posterior colporrhaphy)이라고 한다.

이밖에 여성성형, 지렁이수술, 양귀비수술, 황후수술, 예쁘니수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술방법에 따라 '메스 이쁜이수술', '레이저 이쁜이수술', '질스프링 이쁜이수술' 등으로 나눠놓은 곳도 있다. 다소 민망한 '이쁜이수술'이란 말을 병원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 마케팅하지만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본질은 질벽을 타이트하게 조이는 질성형이다.

출산한 여성은 여성성형을 고려할 때 언제가 적기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출산 후 상처가 아물고 시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질근육이 회복되고 난 뒤에 시행해야 하는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출산한 여성은 분만한 직후 바로 여성성형을 받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질성형수술 후에는 대체로 상처가 완전히 아물때까지 1~2개월간 성관계를 못하고 조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분만 직후 수술받으면 산후조리 시기와 겸할 수 있어 빠른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질성형은 성감을 개선하고 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시술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수술이 이뤄지면서 부작용 빈도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방 원장은 "예컨대 질 입구를 너무 많이 좁혀서 성관계시 분비물이 나오지 않거나, 성교통이 생기고, 수술 전과 똑같이 불감증을 겪는 등 성적 만족도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요즘은 '레이저'를 이용해 이런 문제를 교정하는 게 대세다. 방장훈 원장은 "단순히 질점막을 절제해 봉합·축소해 주는 형태의 과거의 여성성형은 질 및 골반근육의 재이완이 빠르게 나타나고, 성감 개선효과가 낮으며, 외음부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질성형은 늘어진 질점막은 제거하고, 질 괄약근육을 당겨 전반적으로 질을 조인다.

방 원장은 "하지만 아예 절개과정을 생략해버리면 수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며 "요즘 절개없는 이쁜이수술이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늘어진 질점막을 전혀 잘라내지 않고 '완벽한' 질축소수술 효과를 얻기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 여성은 '레이저로 질벽주름을 많이 형성하는 게 잘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질벽의 주름이 많이 져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성형 후 질내 주름이 형성되는 것은 레이저 이용 유무와 상관없이 수술적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질내 주름 지속 여부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테크닉에 달렸다. 봉합수술을 기본으로 레이저나 임플란트보형물 삽입 등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호산여성병원은 봉합수술을 시행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레이저를 환부에 쏘아 통증 없이 늘어지고 이완된 질근육 및 골반근육을 치료한다.

일부 환자는 질성형 후 몇 주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질내 장력으로 인해 주름이 펴져 밋밋하게 보여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 효과를 결정짓는 포인트는 주름이 아닌 잠자리의 만족감으로서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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