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올림픽공원을 다녀온 주부 송모씨(34)는 뒷맛이 씁쓸했다.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 2살 된 아기와 5살난 아이를 위해 텐트를 설치하려 했지만 공원 관계자의 제지로 할 수 없이 접어야 했다. 송씨는 "텐트가 있으면 아이가 놀다 잘 수도 있어 돌보는데 훨씬 편하다"며 "모유수유가 필요한 부모는 텐트 없이는 공원에 가기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여의한강공원을 찾은 김모씨(55)는 그늘막 사이에 텐트를 치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주변에 소주, 맥주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주변 아이들이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쉬는 날 공원에서 텐트치고 술 좀 마실 수도 있지, 뭐가 그리 잘못됐습니까"였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단위로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수도권지역 공원 방문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텐트 설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공원마다 단속은 제각각이다.
일부 공원에서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이른바 '그늘막(텐트형)'을 허용하고 있으나, 제품의 다양화로 그늘막과 텐트를 구별하기 힘들어 공원 관계자들이 이를 단속하는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공원 내 텐트 설치와 관련한 찬반 시각은 팽팽하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텐트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이다. 하지만 몰래 취사까지 할 수 있어 공공시설 이용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공원 내 텐트 설치, 허용해야 하는가'로 정하고 실태를 짚어봤다.
■남에게 피해 안주고 아늑한 시간 즐겨
텐트 설치를 찬성하는 측은 대세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캠핑붐으로 인해 '텐트족'이 늘고 있는 만큼 공원측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
직장인 이모씨(27)는 4일 "텐트를 가지고 있는데 공원 나들이를 위해 굳이 그늘막을 사야 하나 싶다. 이에 대한 구분이 딱히 없는 만큼 간만에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텐트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조건 텐트 설치를 막기 보다는 공원 내 특정 구역을 '텐트 설치존'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7~8월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늦은 밤에도 공원을 찾는 이가 많아 텐트 설치 구역뿐만 아니라 허용시간까지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4~10월에는 일몰 시간인 오후 5시~ 6시까지만 그늘막을 허용하고 있다.
이모씨(35)는 "텐트를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설치구역을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공원의 입장변화를 기대했다. 실제로 공원 내 텐트 가능 여부를 묻는 민원이 폭주하자 인천시는 지난달 26일 공원 내 '텐트 설치 지정구역'을 아예 지정하기도 했다.
■불법취사부터 지나친 애정행각까지
텐트를 허용하면 "불법 취사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만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부 권모씨(54)는 "텐트 안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다. 라면을 끓여먹거나 삼겹살을 구워먹기 때문에 화재발생 우려가 매우 높다"며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인데 굳이 하지 말라는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 텐트를 칠 경우 잔디밭을 뛰노는 아이들이 텐트줄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어 '안전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된 반대여론이다. 이모씨(36)는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 텐트줄에 걸려 넘어지면 얼굴에 큰 상처가 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마다 따라다닐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텐트을 허용하면 그속에서 지나친 애정행각 등 주변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박모씨(31)는 "곳곳에 설치된 텐트 때문에 시야가 방해되기도 하고 가끔 텐트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이 보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불평했다.
지역주민 최씨(73)는 "모처럼 손녀를 데리고 공원을 찾았는데 앉을 곳도 없을뿐더러 낯뜨거운 장면마저 펼쳐져 난감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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