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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초조해진 정부 결국 아베노믹스에서 해법 찾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0 17:21

수정 2015.05.20 21:46

최경환 부총리 "日 경제 환경 우리와 비슷, 배울 점 있는지 점검해달라"



공공·노동·금융·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해답 찾기에 들어갔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의료 민영화 등에 대해선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국가전략특구'를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복안이다.

일본 사례를 통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등을 놓고 정부가 배수진을 친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사회 환경이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각 부처는 일본 성장전략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고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규제개혁 방식과 추진과제 등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은?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이 중에서 '세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이 우리 정부가 현재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으려 하는 분야다. 성장전략은 다시 △기업지배구조 개혁, 민간투자활성화 등 산업재생분야 △의료.보건.농업.관광 등 전략산업육성분야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플랜트 수주 등 글로벌 시장 개척 분야로 나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규판 연구위원은 "이 중에서도 아베내각이 역점을 두고 있는 성장전략 시책은 기업지배구조 개혁, 사업재편 활성화, 여성 및 외국인 노동력의 활용 확대, 법인세 인하, 3대 전략산업의 육성 및 규제개혁"이라면서 "특히 기업의 특정사업 분할.양도, 기업 간 특정사업 통합, 모기업 또는 자회사 간 합병 등 거의 모든 형태의 기업재편을 망라하고 있는 사업재편 활성화 제도는 우리 정부도 주시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내각은 사업재편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한 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등록면허세 경감 등 세제특례, 중소기업 채무보증 등 금융지원, 회사법 특례를 통한 조직재편 절차 간소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 규제개혁의 핵심은 '국가전략특구'다. 우리 정부도 기존에 추진해오고 있는 의료 민영화 등의 해법을 이곳에서 찾고 있다.

김규판 연구위원은 "일본은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개혁이 지연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전략특구나 기업실증특례제도와 같은 '사회실험적' 규제개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는 의사단체, 노조, 농협 등 저항세력이 거센 분야에 대해 국가가 특구를 지정해 규제개혁을 우선 시행한 뒤 성과가 나타날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최종목표는 국회·여론 '설득'

최경환 경제팀의 아베노믹스 배우기는 경제활성화법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 안건 제출에 앞서 지난달 20일께 내부적으로 국내 일본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일본 국회의 협조적인 태도가 아베노믹스를 예상밖의 선전으로 이끈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활성화.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본 올해 상반기가 이제 한달 반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속타는 정부로선 자존심을 구겨가며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과 일본이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13년 성장전략을 추진했음에도 국회와 내각이 속도감 있게 손발을 맞추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성장전략 추진의 첫 단추인 법안 통과부터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2013년 6월 성장전략을 발표한 이후 그해 12월 국회를 '성장전략 추진을 위한 국회'로 명명하고 관련법들을 대거 통과시켰다"면서 "올해 6월 말까지 열리는 정기국회에선 규제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상정, 속도감 있는 법률 제.개정으로 의욕적으로 성장전략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아베 총리는 약 1년 전인 2013년 1월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일본경제 재정본부 산하에 성장전략을 전담하는 기구로 산업경쟁력 회의를 설치했다. 아베 내각은 곧이어 그해 6월과 12월 각각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를 설치했으며 성장전략을 뒷받침하는 법안들을 그해 말 대거 통과시켰다.

산업경쟁력강화법, 약사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현재 미쓰비시중공업과 IHI의 항공엔진사업 통합 등 총 19건의 사업재편안이 추진 중이며, 1만여개의 일반의약품의 인터넷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 의료법인의 사업재편 촉진 및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인체계 개혁이 추진 중이며 국가전략특구를 통해 원격의료, 로봇, 드론, 자동주행 자동차 등 첨단기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경제활성화 법안 30건 가운데 9건이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와 새누리당이 핵심 법안으로 꼽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의료법개정안 등 나머지 법안들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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