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산업의 쌀, 부품소재기업을 가다] 연성인쇄회로기판업체 '비앤티'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31 17:37

수정 2015.05.31 17:37

독보적인 동도금 기술 앞세워 FPCB 시장 선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께는 더 얇아지고 화질과 기능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IT 기기에 들어가는 많은 부품 소재들에도 초정밀·초박형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소재인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에 들어가는 도금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롤 형태'의 동도금 가공 기술을 개발한 비앤티다.

■초정밀 롤 방식 동도금 기술 구현

비앤티는 동도금 자동라인 '롤 투 롤(ROLL TO ROLL) 방식'으로 초정밀·초박형 동도금 가공사업을 하고 있다. 동도금 공정이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에 금속을 도금해 전도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FPCB 홀 내벽에 칩을 얹기 위한 작업을 하는데, 이때 플라스틱 사이에 도금을 해 전기를 통하게 만들어 준다. 그동안 동도금 작업은 평판 도금을 장비에 장착한 뒤 부품에 입힐 땐 수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품이 얇아지고 미세회로 작업을 진행할 땐 동박 두께도 얇아지다 보니 작업 중 구겨지는 등 불량률이 높아졌다.

김선척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이 높아질수록 회로 간격은 좁아지는데, 최근 나오는 전자기기의 회로 폭은 머리카락 두께의 4분의 1 수준까지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롤' 방식의 도금이다. 김 대표는 "롤 형태로 얇게 말려 있는 동판이 자동으로 풀리면서 회로 사이사이에 들어가다보니 부드럽게 접지됐다"며 "이를 통해 평판도금보다 불량률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앤티는 현재 25㎛(마이크로미터) 동판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비앤티는 매출의 절반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연구개발이야말로 매출을 창출하는 기업 근간이라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FCCL로 '제2도약'…세계시장 넘본다

비앤티는 원소재를 만들고 도금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강소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연성동박적층판(FCCL)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며 '제2의 도약'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FCCL 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FCCL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절연필름 위에 동판을 붙인 회로기판으로, FPCB의 핵심소재다. FCCL은 얇고 유연한 특성을 갖고 있어 전자제품 경량화에 적합할 뿐 아니라 웨어러블 시대 필수소재로 꼽히고 있다.

비앤티는 FCCL 제작을 위한 시설 구축을 지난해 완료했다. 현재 애플 부품 납품기업인 일본 우지쿠라 및 샤오미폰 부품 납품기업인 니토덴코와 현재 샘플을 만들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FCCL 매출목표도 40억원으로 잡았다. 그는 "FCCL은 전자제품뿐 아니라 전기차 등 자동차 기업들도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 다른 해외기업 2곳과 계약을 추진 중인 만큼 이 같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소재뿐 아니라 액세서리 사업까지 눈여겨보고 있다. 도금 습식 공정에 이어 건식 공정까지 가능한 곳은 유일무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건식 공정으로 휴대폰 부품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고, 습식 공정에서는 무선충전기 배터리 부품 케이스 생산이 가능하다"며 "비앤티는 기능적인 부품보다는 액세서리를 타깃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 전체 매출 목표를 183억원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그동안 대량생산하는 대기업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남들이 못하는 특수한 기술력 확보에 집중했다"며 "이런 틈새를 노리다 보니 해외시장에서 볼 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3년 후 공장을 키워 중견기업 수준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면서 "앞으로도 한 우물만 집중해 FPCB분야에서 기술력으론 독보적인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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