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서비스센터입니다. 근로장려금 못 받으신 분은 신청 접수합니다."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정부 장려금을 빙자해 돈을 뜯어가는 신종 금융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금융사기범들이 악용한 정부 장려금은 국세청이 지급하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이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이 낮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자녀장려금은 부양 자녀가 있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근로 및 자녀장려금 신청을 안내하면서 금융사기를 벌이는 사례가 적발됐다.
국세청의 '근로 및 자녀 장려금 신청'을 빙자한 금융사기 수법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사기범들은 국세청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근로 및 자녀장려금 신청을 진행하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을 악용했다.
금융사기범들이 1차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주부 A씨였다. A씨는 자녀 학비로 고민에 빠져있던 차에 휴대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문자에는 "근로장려금 서비스센터입니다. 2014년 근로장려금 못 받으신 분은 신청접수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자에는 '02-0000-××××'라는 전화번호도 포함됐다. A씨는 의심도 없이 문자를 보내온 번호로 전화연락을 했다. A씨의 전화를 받은 금융사기범은 국세청 직원이라면서 PC를 이용해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토록 유도했다. A씨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간 후 금융사기범의 지시대로 회원가입도 했다. 그후 금융사기범은 A씨에게 장려금 신청 절차를 진행키 위해 신분증, 통장, 카드 등의 사본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다. A씨는 그대로 응했다. A씨가 금융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점은 금감원에 일련의 상황을 문의한 후였다. 금감원은 경찰과 공조해 해당 금융사기범을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나 지원제도를 악용한 금융사기는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3월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 차원에서 '안심전환대출'을 선보인 직후 안심전환대출을 빙자한 사기가 등장했다. 사기범들은 전화를 걸어 "기존의 금리 4%짜리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2.5%짜리 안심대출로 전환해줄 수 있다"고 속였다.
정부의 정책자금인 햇살론도 금융사기범이 단골로 악용하고 있다.
금융사기범들은 피해자의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수한 후 전화를 걸어 저금리의 정부정책자금인 햇살론 대상이 됐다며 대출을 종용한다. 금융사기범들은 '햇살론 대출을 받기 위해 3개월간 사금융을 먼저 이용해야한다',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정부보증기관에 먼저 돈을 넣어라'라는 식으로 대출을 유도했다.
올 12월에 시행되는 비대면 계좌 개설제도도 금융사기범들의 사기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기범들이 영상통화, 택배 배달, 신분증 사본 전송 등 역할을 조직적으로 나눠 비대면 계좌 개설을 시도할 경우 대포통장이 손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은 금융사기에 악용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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