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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일까 예술일까… '크레이지호스 파리' '미스터쇼' 등 19금 공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0 17:47

수정 2015.06.10 22:32

'저질·B급' 등 색안경 빼니 영화보다 매력적 키 168~172㎝·배꼽에서 치골 거리 등 신체 조건 비슷한 배우들 캐스팅 영상보다 무대가 더 생생하게 다가와 19금이라도 영화보다 수위 낮아


여성의 신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아트누드 퍼포먼스 '크레이지호스 파리'(왼쪽)와 한국 여성을 넘어 일본 여성 관객까지 사로잡은 남자들의 쇼 '미스터쇼'(오른쪽).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화끈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여성의 신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아트누드 퍼포먼스 '크레이지호스 파리'(왼쪽)와 한국 여성을 넘어 일본 여성 관객까지 사로잡은 남자들의 쇼 '미스터쇼'(오른쪽).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화끈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키 168~172㎝. 머리를 제외한 몸통에서 다리 길이가 3분의 2. 유두 간 거리 21㎝. 배꼽에서 치골까지 거리 13㎝. 나이 만 18세 이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들에 눈이 번쩍 뜨인다. 아트누드 퍼포먼스 쇼 '크레이지호스 파리'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의 신체 사이즈다. 이 쇼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선 이 엄격한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 모두 여성이고 거의 전라로 무대에 오른다. 당연히 '19금'이다.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떠나서 '19세 이상 관람가' 공연들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출연진의 신체 노출, 수위 높은 대사 등 시·청각적으로 민감한 장면이 많다보니 공연 제작부터 공연 등급을 결정하고 관객과 만나기까지 별별 에피소드도 많다. 그 뒷 얘기를 파헤쳐봤다.

■'19금'을 제대로 살리려고…

'19금'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흔히 '19금' 공연은 '저질' 혹은 'B급'일 거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공연 중인 '19금' 등급 공연들은 나름의 원칙과 매력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미스터쇼'는 '여성들의 욕망을 깨운다'는 슬로건 아래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음악감독이자 연출자인 박칼린이 직접 연출한 공연이다. 이 쇼에 출연 중인 남자 배우들은 '크레이지쇼'의 여성 무용수들 만큼이나 몸매에 신경을 쓴다. 반라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감행하기 때문.

공연제작사인 미스터쇼프로덕션은 이들과 계약기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피부과, 미용실 등에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지나 홍보팀 과장은 "8명이 무대에 섰을 때 그림이 잘 나오도록 신체 조건이 비슷한 배우들로 캐스팅했다"며 "비슷한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각 신경써서 운동하는 부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년 여성 관객이 45%이상을 차지하는 뮤지컬 '쿠거' 역시 19세 이상 관람가다. '오르가슴' '46번 체위' '개X' 등 질펀한 대사와 함께 진정한 자신을 찾고 주도적인 삶을 살라는 작품의 메시지가 공감을 불러일으켜 흥행 중이다.

그런데 이 공연이 처음에는 더 많은 관객층을 수용하기 위해 중학생 이상 관람등급으로 제작될 뻔했다. 노우성 연출은 "만 13세 관람등급에 맞춰 연출을 하려다 보니 공연의 맛이 살지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에도 제약이 있었다"며 "즉석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수위 높은 애드립이 공연장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는다"고 말했다.

■공연 등급은 '셀프 등급'?

그렇다면 공연 등급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관람 등급을 결정한다. 하지만 공연에는 그런 기관이 따로 없다. 공연을 제작·기획하는 회사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셀프 등급'을 매긴다. 다만 "같은 '19금'이라도 영화보다 공연의 수위가 더 낮다"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상보다 무대가 관객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만큼 이를 감안해 공연 등급을 다소 '보수적'으로 매긴다는 얘기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 소비층은 거의 성인이라 관람 등급을 낮춘다고 공연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논란의 여지를 남기느니 공연 등급을 높여 안전하게 무대에 올리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가령 라이선스 뮤지컬 '시카고'의 경우 특별히 야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학생 이상 관람가로 정했다. 시스루 의상이나 총을 쏘는 장면이 다소 선정적일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내한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 Q'는 관람등급을 아예 마케팅 툴로 활용하기도 했다. 퍼펫(인형)이 주인공인 이 공연은 실제 관람 등급은 만 13세 이상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성적 농담이나 사회적 이슈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추천 연령은 19세'라고 홍보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설앤컴퍼니의 노민지 홍보과장은 "퍼펫이 주인공인 공연이라 아무리 가슴 굴곡이 드러나도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권장 연령이 19세라는 것을 관객들이 오히려 코믹하게 받아들여 관심을 모았다"고 말했다.

■"우리 애는 조숙해서 괜찮아요"

관람등급이 19세 이상인 공연은 예매할 때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을 무시하는 관객들 때문에 공연장 매니저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에 초등학생 자녀를 데려와 "우리 애는 조숙해서 괜찮다"고 말하는 부모, "공연 등급은 누가 정하는 것이냐"고 따지는 고등학생 등이다.
심지어 공연 보는 동안 자신의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관객도 있다. 이런 경우 관객의 등쌀에 못이겨 공연 티켓 금액의 일부를 환불해주거나 다른 날짜의 티켓으로 교환해 주는 것으로 일단락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공연 제공자가 그래야 할 의무는 없다.


법무법인 도움 조현욱 대표 변호사는 "공연 등급이 심의기관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공연 제공자와 소비자의 계약 관계가 성립된 이상 법적 효력이 있다"며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고 제작사가 분명한 공지를 했음에도 공연 등급에 부적합한 연령의 관객이 관람을 요구할 경우 제작사는 공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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