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분업화된 마운드 더 일찍 피로감 보여
지난해 가을 이런 기사를 쓴 적 있다.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직후였다.
"류중일 감독의 야구는 '형님야구'로 불린다. '형님야구'가 대체 무엇일까. 지난주 끝난 한국시리즈에서 답을 찾아본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5차전. 넥센에 0-1로 끌려가던 삼성은 8회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감독이 움직여야 할 대목이었다. 타석에는 이승엽. 이번 한국시리즈서 21타수 2안타(0.095)로 부진했다. 류중일 감독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몸에 맞는 볼로 무사 만루.
류중일 감독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결과는 실패. 박석민이 인필드플라이 아웃(무사 혹은 1사 1, 2루 또는 만루 시 내야에 뜬 페어 볼은 무조건 아웃으로 처리)으로 물러났다. 결국 삼성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흐름상 경기는 여기서 끝났다. 그런데 삼성은 9회 말 마치 각본으로 짠 듯이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만약 8회 감독이 작전을 걸고도 실패했다면 9회 역전이 가능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가령 김성근 감독이었다면 8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수를 뽑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득점에 실패하면 9회 대역전극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그로부터 반년 이상이 지났다. 김성근 감독(한화)이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김성근의 '감독야구'와 류중일의 '형님야구'가 처음으로 현장에서 맞붙은 2015 프로야구. 6월 중순 현재 성적표는 어떨까?
류중일 감독은 14일 칼을 빼들었다. 무던히도 참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장원삼은 살아나지 않았다. 이날자로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준비의 삼성'이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 김건한과 김기태로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확신은 없다. 장원삼은 4승7패 평균자책점 7.63을 기록 중이다.
김성근의 한화는 6월 들어 8승4패를 기록했다. 6월 승률(0.667)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가운데 으뜸이다. 예상 밖의 호조다. 4월 12승10패(0.545)에 이어 5월 13승14패(0.481)로 주춤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이른바 '벌떼 야구'다. 매 경기마다 투수 소모전이다. 4월의 벌떼는 왕성했지만 5월의 벌떼는 지친 날갯짓을 보였다. 6월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승승장구다.
한화의 선발진 가운데 규정 투구이닝(63)을 채운 투수는 외국인 둘(유먼, 탈보트) 뿐이다. 선발(배영수 47, 송은범 30, 안영명 53⅔)보다 마무리 권혁(54)의 투구 횟수가 더 많다. 역설이다.
삼성의 선발 5인방은 장원삼(59)을 제외하곤 모두 규정 투구이닝(62)을 채웠다. 삼성의 마무리 임창용(21⅓)과 불펜 안지만(29)이 던진 횟수를 합쳐도 권혁만 못하다.
그런데 분업화한 삼성 마운드가 더 일찍 피로감을 보인다. 역설이다. 삼성은 2위를 달리지만 불만이다. 4년 연속 1위를 한 후유증(?) 탓이다. 한화는 5위지만 만족이다. 늘 꼴찌만 했으니. 관성이란 이처럼 무섭다. '형님야구' 와 '감독야구'가 받아들 마지막 성적표는 어떨까?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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