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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성회비 징수 정당" 뒷북 판결.. 국공립대 "재정회계법 왜 만들었나" 허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5 17:19

수정 2015.06.25 17:19

기성회비 수업료로 바뀌어 대학회계로 사실상 징수중

대법원이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에 대해 예상을 깨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2심과는 전혀 다른 판단으로 이와 유사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기성회비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대 속에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재정회계법)'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너무 늦게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 정당"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서울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3800여명이 제기한 기성회비 부당징수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기성회비가 등록금인지에 대한 여부는 명칭이나 형식 만이 아니라 납부금액과 경위, 사용처, 학생들이 동일한 수준으로 납부하고 있는지, 납부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립대 학생들은 지난 2010년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법적인 근거 없이 등록금 처럼 징수했다"면서 "법적 구속력 없는 훈령이나 규약에 근거해 기성회비를 부과한 것은 무효"라며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과 2심에서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고무된 다른 국립대 학생들도 줄줄이 추가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60건을 넘는다.

지난 1963년 도입된 기성회비 제도는 자발적인 후원금 성격이었지만 이후 강제징수의 형태로 바뀌었고 용도 역시 확대됐다. 특히 기성회비가 전체 등록금의 70~80%까지 늘어나며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고 사립대는 지난 1999년 수업료와 합치는 방법으로 기성회비를 없앴다.

■뒤늦은 합법 판결…"재정회계법 왜 만들었나"

대법원의 기성회비 적법판결이 내려졌지만 달라질 부분은 없다. 오히려 대법원의 판단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1월 2심 판결 이후 3년 반 가까이 지나서 나온 것이다. 그 사이에 대학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적법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여야 모두 해결 법안을 제출 했고 결국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재정회계법)'이 시행됐다. 이에따라 기성회계는 대학회계로 합쳐졌고 기성회비는 '수업료'로 이름만 바꾼채 계속 징수를 하게 됐다.


적법 판결이 내려졌지만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올해 연초에는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지방 국립대 기성회 직원은 "기성회계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며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재정회계법 시행으로 이미 대학회계 소속으로 바뀐 상황에서 적법 판결이 나온 것을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립대 교원·교직원들은 대학회계로 바뀌면서 기성회계에서 지급되던 연구비 등이 없어지며 임금이 줄어들기도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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