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르스 등 감염병 예방법 '졸속입법' 논란..경찰 "사전협의 없어 실효성 제기"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1 16:47

수정 2015.07.01 17:07

국회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와 관련, 감염병환자 및 우려자에 대한 위치추적이 포함된 법안(일명 메르스법)을 심의, 통과시키면서 정작 경찰과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협의에서 배제된 경찰은 관련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감염병 예방법)은 특정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경찰 임무가 포함돼 있다. 특히 메르스 등 전염병 감염자 등의 과거 행적 추적은 전염병 확산 및 차단, 예방에 중요한 단서여서 감염자 등에 대한 위치추적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안 통과 과정에서 해당기관인 경찰과 협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긴급·신속성을 요구하는 상황의 경우 추적절차를 단순화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졸속입법'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계기관 협의 없었다"…졸속입법 '논란'

1일 국회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감염병환자 및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위치정보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회는 앞서 보건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29건의 개정안을 병합심사했다.
위원회는 이 중 19건에 대한 개별 조항을 심의, 위원회안으로 마련된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 상정에 이어 당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결국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통과가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앞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일부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감염병 환자 및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의 위치정보를 위치정보사업자, 전기통신사업자 등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보건당국이 신속성을 위해 통신 3사에 감염자 및 우려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위치추적은 경찰의 업무다.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의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의견은 개정안에 포함됐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 예방 및 감염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청,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경찰은 국회 통과 후 뒤늦게 이를 확인했다. 결국 감염병 환자 및 우려자의 과거 행적추적 등을 담당해야 할 경찰은 관련법 개정안 협의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 내용을 통보받을 당시에는 '경찰에게 요청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아 별다른 의견을 게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목적으로 '과거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중 통신수사는 긴급한 경우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사후 영장을 받아야 한다.

이 처럼 통신수사는 수사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감염의심자 행적을 찾는게 수사로 보기에 어렵기 때문에 영장 문제가 모호해 진다는 것이다.

■경찰 당혹…"영장 문제는 어떻게"

또 개정안에는 '경찰에 요청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됨으로써 '보건당국→통신3사→보건당국'의 단순 체제를 '보건당국→경찰→통신3사→경찰→보건당국'이라는 다소 복잡한 절차로 진행될 수 밖에 없도록 했다. 결국 당초 발의안보다 위원회안으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이 국가적인 비상상황시에 감염자 등의 과거 행적에 대한 위치추적에 부적절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이다.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위원회 안으로 새로운 법으로 만들었다"며 "원안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통신 3사에 직접 추적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경찰의 권한'이라고 강력히 주장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긴급상황이어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협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과거 행적 등 궤적수사는 범죄에 한해 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발부하면 가능했는데 영장이 필요 없어진 것인지 모호한 상태"라며 "더구나 개정안은 신속성을 요구하는 위급상황에서 절차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적인 긴급상황에 대비한 법 개정을 진행하면서 관계 기관과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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