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시공 정수장 수질기준 초과.. 法 "11억원 배상"

수자원공사 1심서 승소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와 삼성물산간 생활용수 정수장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 책임을 둘러싼 11억원대 법정 공방 1심에서 삼성측이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수공이 "11억9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삼성물산은 수공이 2005년 입찰공고를 낸 공사비 1061억원 규모의 경기 고양시 일대 생활용수 정수장 시설 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2009년 6월 공사를 마쳤다.

■수공, 하자공사 뒤 배상 청구

그러나 수공이 2011년 이 정수장을 운영하면서 방류수 수질을 감시하는 수질원격감시장치(TMS)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염된 물의 수질을 표시하는 지표인 부유물질(SS) 농도가 기준치인 10㎎/L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이 도급계약을 체결한 2005년 당시 수질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방류수 수질기준 중 SS농도는 30㎎/L 이하였으나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20●13년부터는 10㎎/L이하로 하도록 예고했다.

수질환경보전법은 폐수 중 오염물질이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사업자가 기본배출부과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공은 하자보수를 요구했으나 삼성물산은 "정수장 시설 하자가 아닌 기계설비 고장이나 수공의 운영상 문제일 뿐"이라며 거부했다.

이후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2012년 3월 수공은 1개월 내에 하자보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보수공사를 시행하고 추후 공사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삼성물산에 통지했다.

삼성 측이 끝내 보수 의사를 밝히지 않자 수공은 하자보수 방법 중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공이 용이한 방안을 선택, 11억9600만원을 들여 공사를 한 뒤 삼성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재판과정에서도 "정수장 시설 인근에 생태연못 등을 조성해 방류수 수질을 추가로 정화할 계획을 수립했는데 수공의 일방적 설계변경으로 해당 계획이 폐지됐다"며 수질기준 초과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맞섰다.

■삼성 "일방적 설계변경" 항소

재판부는 "양사간 정수장의 농축조에서 방류되는 물이 아닌 생태연못 등을 통해 SS농도 준수여부를 판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수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수장이 장차 강화될 SS농도 10㎎/L 이하의 수질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설계.시공하기로 약정했는데도 수공에 제작.공급한 정수장에는 해당 수질기준을 준수할 수 없는 기능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도급인은 하자 보수에 갈음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민법상 수급인의 담보책임 규정에 따라 수공이 지출한 공사비 전액을 삼성물산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삼성물산은 1심 판결 직후 항소했으며 사건은 서울고법 민사6부에 배당됐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