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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서브프라임', 취약한 시스템이 더 걱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0 15:49

수정 2015.07.10 16:05

'중국판 서브프라임', 취약한 시스템이 더 걱정

'중국판 서브프라임', 취약한 시스템이 더 걱정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국 증시를 짖누르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이어 중국 증시까지 폭락하면서 코스피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한 때 6000을 향해 내달리던 '대륙 기차'는 한 달 새 30%나 빠지면서 '롤러코스터'로 변했다. 그동안 중국 증시가 세계를 호령할 만큼 폭발적인 양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질적 성장과 관련해선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미국과 닮은 중국판 레버리지 후유증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닮아 있다.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를 말한다. 당시 미국 정부의 금리 정책이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데에서 현재 신용거래로 증시를 부양한 중국의 '레버리지 리스크'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증시 폭락이 과도한 빚투자 위험의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증시 불안이 곧 국내 경기 회복 사이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과도한 신용거래의 후유증이 증시 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경우 증시 상승과 더불어 신용거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신용거래 규모는 6월 말 기준으로 상하이 증시 시가총액의 약 3.2%(6월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 장외신용 거래다. 중국의 불법 장외신용 융자액은 약 4400억위안으로 추정되는데, 평균 레버리지 비율의 3배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이를 규제하면서 추가적인 청산이 불가피하다. 즉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 대국 2위인 중국이 자칫 '위기'로 갈 경우 제 2의 금융위기 사태가 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中 정부 정책 안 먹히는 취약한 시스템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2008년 미국과 다른 점은 시장 건정성이다. 미국은 당시에도 세계 증시의 리더였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취약한 시스템이나 투자 문화 수준에서 아직은 미국과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락한 만큼 상처도 더 깊다는 것.

특히 중국 정부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상장사의 거래정지 요구 사태는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하이·선전 증시 내 상장종목 2614개 가운데 약 1700개의 거래가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정하늘 연구원은 "전체 증시 참여자 중 80%가 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청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생하는 하락장 임을 고려할 때 상장사의 거래정지 선언은 악수(惡手)"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당시 한국 증시의 하락 요인이 글로벌 증시 전반의 동조화 현상에 따른 것이었다면, '중국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직격탄이다. 실제 국내 증시에서는 화장품, 중국 내수주 등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중국 증시의 폭락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의 반응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하면서다. 이미 패닉 국면으로 접어든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펀더멘털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중국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대량매도, 반대매매로 인해 적어도 상하이지수는 3200 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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