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판별기술·등급제도 농가는 제값 받고 팔고 소비자는 믿고 살 수 있어
농업의 영역이 우리 삶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된 덕분이다. 400여종에 달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신경계 장애를 유발했던 새집증후군을 잡는 '공기정화식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집증후군 잡는 '공기정화식물'
2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팔손이나무는 5시간 만에 실내 중 포름알데히드의 80%를 제거할 수 있는 정화능력이 있다. 이밖에 넉줄고사리, 부처손, 디펜바키아, 싱고니옴 등도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이다. 잎(52%)과 뿌리(48%)로 오염물질을 정화해내는 방식이다.
'공기정화식물'이라는 신조어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현재 추산되는 공기정화식물의 경제적 파급효과만 3조446억원(새집증후군 완화효과 2조9400억원+공기정화식물 판매증가 770억원+홍보에 따른 가치증가 276억원)에 달한다.
기술 덕분에 건강을 지키게 된 사례는 또 있다. '짠맛 센서'도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국민의 소급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5g)의 2배 이상(10~20g)이다. 소금 과다섭취에 따른 국민건강이 위협받았지만 소금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짠맛 센서'가 개발된 이후 이런 고민은 사라졌다. 짠맛 센서는 전기 전도도를 이용해 국물의 염분 농도를 측정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짠맛수치를 입력할 수 있고, 입력값을 넘어서거나 못 미칠 경우엔 LED광에 불이 들어온다. 염분농도 0.1%~2.5%이 측정범위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짠맛센서 덕분에 병원, 학교 등의 공공급식 시설에서 짠맛 정도를 표준화해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덕분에 소금과잉 섭취에 따른 고혈압, 위암, 뇌졸중, 심혈관 질환 등을 예방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로 속여 팔면 딱 걸린다
수입 소고기와 한우를 판별하는 기술도 국민이 선정한 생활 속의 농업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예전엔 젖소나 수입 소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눈으론 구분이 불가능해 소비자들은 손 놓고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전자 감식을 통한 한우 판별기술이 개발된 이후 더 이상 수입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행위도 점차 줄고 있다. 지난 2000년 한우와 젖소 판별기술이 개발됐고, 이후 2007년 한우와 수입소고기 판별기술에 이어 그 이듬해엔 이동형 판별진단 시스템도 나왔다.
한우와 수입고기 판별 단속을 통해 한우농가가 제값을 받고 한우를 팔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한우고기 원산지표시제와 이력추적제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향상시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판별기술 및 이력추적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는 1조365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우등급제 신뢰 제고에 기여
또 한우 등급제도 국민 신뢰도 향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앞서 소 등급판정은 외모와 체형(무게)에 따라 거래됐다. 소 체중을 늘리기 위해 강제로 '물 먹인 소고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1993년 소고기 근내 지방도에 따른 한우 등급제 기준이 마련되면서 '물 먹인 소고기'도 사라졌다. 게다가 소고기의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1등급이상 소고기의 출현율도 지난 1995년 12.8%에서 2005년 32.8%로 지난해엔 65.0%까지 상승했다. 최하등급에 비해 최고등급은 160.1%가량 값이 더 비싸다. 덕분에 농가가 받는 소값도 1998년 마리 당 228만원에서 지난 해 605만원까지 뛰었다.
이밖에 과일을 쪼개지 않고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비파괴 품질 판정기술'도 혁신이란 단어에 맞아떨어지는 기술로 평가된다. 예전엔 과일 한 상자에 함께 포장된 과일의 품질이 제각각인 탓에 소비자의 제품선택에 혼란이 있었고 불만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스티커 확인만으로 고당도의 과일 구분이 가능하고, 품질에 따라 과일을 차별화해 선택할 수 있다. '비파괴 품질 판정기술'의 국산화 덕분에 숫자만 보고 과일의 단맛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수박을 기준으로 시간 당 약 1만4400개를 선별해낼 수 있게 됐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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