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대외악재 영향 주시
수출·수입 반년째 감소세 원화값 하락 부정적 영향 中 증시불안 파급력 높고 美 금리인상 혼란 부추겨
전문가들의 경제 진단
외환보유액 방어벽 튼튼 단기외채 비중도 낮은편 외국 자금 흡인요인 약해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보따리를 싸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경제가 나빠서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이 삐걱대고 있어서다.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하반기 중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G2(미국·중국)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쓰나미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주식 시장의 침체 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순서로 보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감 고조
흔들리는 자본시장, 치솟는 환율, 외국인자본 이탈…. 겉모양새만 보면 위기가 코앞인 듯하다.
위기의 진원지는 안팎으로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체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수출도 예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이 469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6% 줄어든 367억 달러로 조사됐다. 이로써 수출.수입액은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소비 여력도 제한적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서면서 빚 갚는데 허리가 휠 정도다.
정부는 통화정책(4차례 금리인하)과 재정정책(12조원 규모 추경)이라는 응급처방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원화값 하락도 걱정이다. 일각에선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서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풍도 심하다. 그리스 사태가 진정되자 이번에는 중국발 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발 경제 위기야말로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여기에 현재 중국에는 은행권 대출 조건이 되지 않으면서도 우량기업 명의로 돈을 빌리고 대출금 일부를 해당 기업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그림자 금융'도 빈번한 것을 알려졌다. 그림자 금융은 주가 폭락 시 중국 금융시장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그간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해 온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증시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내주식 투자심리 위축, 거주자 중국 투자 손실. 차이나머니 유입둔화, 원자재 신흥국 불안 재연, 국내경기 회복 제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금융센터 강영숙 연구원은 "중국 증시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금리인상이나 그렉시트와 달리 투자자들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 중국 증시규모가 그리스 경제규모를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다. 미국이 올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주요 신흥국의 경제적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간을 두고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한국 등 신흥국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주식 시장의 침체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DB대우증권 송흥익 연구원은 "미국 경기 상황을 보면서 완만하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990년대 중·후반처럼 미국으로 돈이 유입되면서 주식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머징 국가들은 통화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만 하다간 큰 코 다친다
정부가 '위기는 없다'고 자신한다. 우선 374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방어벽이다. 39개월째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달러도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94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측한다.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의 질이 나쁘지 않다. '2015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총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26.9%로 낮은 편이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외환보유액과 함께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로 그만큼 외환건전성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외국인 엑소더스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유동성을 붙잡아 둘 '풀 팩터(Pull factor.흡인요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때 60% 가까이 확대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은 51%대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외국인들은 32조4000억 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2010년과 2012년에도 각각 21조6000억 원, 17조5000억 원 가량을 사들였다. 2013년과 2014년 들어서는 매수규모가 3조~4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7조원 가량을 순매수 했지만 최근 두달 새 2조원이 빠져나갔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중장기 국내증시 발전을 위해 외국인 투자비중의 적정 수준 및 건전한 참여자 기능을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규모 확대(기업공개, 외국기업 유치) △주주가치 제고 (거버넌스 개선, 배당확대) △제도 선진화 △외국인 투자자 확충(글로벌투자자 유도)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투신 등 토종자본도 제역할을 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4분기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주식, 위험채권(회사채, 주택저당증권, 머니마켓펀드 등)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3.8%포인트 줄였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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